사드 배치 결정 소식을 접한 경북 성주군민들의 반발은 예상했던 대로 격렬했다. 국회에서 하루 종일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급거 상경한 성주군민들을 달래느라 밤늦은 시각까지 진땀을 뺐다.
한 장관은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설명회장을 찾아 성주군민에게 사드가 배치되면 자신의 몸으로 사드의 전자파 위험을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는 유해하거나 문제가 있는 무기체계가 아니다”며 거듭 진화에 나섰다.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먼저 군민들을 만나 부지 결정 전 설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들끓는 민심을 잠재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버스 5대를 나눠 타고 상경한 김항곤 성주군수와 군민 230여명은 국방부에 혈서와 반대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경북 성주군의 공기는 아침부터 무거웠다. 이날 오전 사드 배치 부대인 성산포대(해발 400m)로 가는 길에 만난 주민들의 관심은 오로지 ‘사드’에 집중돼 있었다. 이미 전날 성주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성산포대는 성주읍 중심가(성산리)에서 직선거리로 3㎞ 정도 떨어져 있다. 차를 몰고 읍내에서 출발해 이천 다리를 건너 성산9길(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니 ‘공군 제○○○○부대’ 안내판이 보였다. 성산포대까지는 부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콘크리트로 포장된 산길을 따라 차로 3분 정도 더 올라가야 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모(42·여)씨는 “성주읍이 그래도 성주군에서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인데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주읍은 성주군청, 성주경찰서, 대구지법성주군법원, 성주문화예술회관 등 주요 시설이 있어 성주군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성주군 인구 4만6000여명 가운데 1만4000여명이 성주읍에 살고 있다. 특히 성산포대와 가장 인접한 성주읍 성산리 주민 수는 2880명으로 군청이 있는 경산리(4926명) 다음으로 많다. 성주읍 주민 절반이 성산리와 경산리에서 살고 있다. 경산리와 성산리가 바로 붙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 두 곳이 성주읍의 중심가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이 많고 성산포대와 가까워 주민들이 체감하는 사드 공포는 더 컸다.
주민 김모(50)씨는 “포대가 그리 높지도 않고 읍내와도 굉장히 가깝다”며 “사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까운 곳에 배치된다고 하니 더 겁이 난다”고 말했다.
성주군은 반발 수위를 더 높였다. 성주 군민 50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성주읍 성밖숲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범군민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직접 혈서를 쓰고 북한 핵미사일 모형 화형식도 가졌다. 김 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의장, 이재복 군민비상대책위원장 등 지역인사 10여명도 ‘결사반대’라는 혈서를 썼다. 김 군수, 배 의장, 이 위원장 등은 전날 오후 6시부터 군청 현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드 배치는 군민의 60%가 참외농사를 짓는 성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참외농사가 중심인데 사드가 들어오면 성주참외를 누가 사서 먹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승욱 기자, 성주=김재산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한민구 장관 “전자파 위험 제 몸으로 시험하겠다”
입력 2016-07-14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