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무용수 서희 “제가 누린 것들 돌려주고 싶었어요”

입력 2016-07-14 17:30
아메리칸발레씨어터 수석무용수 서희가 오는 22∼24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국내 발레 영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한국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한다.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그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내 도움을 받은 후배들이 무용수로 성공해 다시 다른 후배들을 지원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서희재단 제공

세계적인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씨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는 지난해 8월 대관령국제음악제 공연을 위해 내한했을 때 재단 설립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이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의 발레 영재들에게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이름을 딴 ‘서희재단’을 세운 그는 지난 4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한국 마스터 클래스(YAGP KOREA)’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 ABT 부속 재클린 오나시스 발레학교 등 명문 발레학교의 장학생으로 입학할 기회를 제공하고, 2017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파이널라운드에 진출 자격을 부여하는 프로젝트다.

YAGP는 매년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발레 콩쿠르. 한국 출신으로는 2003년 서희가 처음 그랑프리를 받은 이후 2012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올해 영국로열발레학교에 재학 중인 전준혁이 대상을 차지했다.

오는 22∼24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리는 YAGP KOREA는 비디오 심사를 걸쳐 82명의 참가자를 선발한 상태다. 서희가 초청한 해외 발레학교 및 YAGP 관계자들이 직접 심사를 하게 된다. 장학생의 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참가자의 기량에 따라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 중인 서희는 1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오래전부터 제가 누렸던 것들을 후배에게도 돌려주고 싶었다. 미국은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 문화가 발달돼 있어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2012년 YAGP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퍼스트 포지션’의 시사회 겸 후원금 조성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재단 설립에 대한 결심이 확고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서는 무용수로서 한창 바쁠 때 나서는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먼 훗날이 아니라 세계 발레계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며 “제 도움을 받은 후배들이 무용수로 성공해 다시 다른 후배들을 지원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비로 재단을 설립한 이후 ABT 공연 이외엔 YAGP KOREA를 위한 기금 조성에만 온힘을 기울였다. 뉴욕 링컨센터 후원회인 ‘골든 써클’을 비롯해 미국의 각계각층에서 서희재단을 지원하고 나섰다. 특히 뉴욕에 거주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은 자택을 기금 마련 경매 장소로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서희의 토슈즈에 영감을 받은 작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밖에 서희와 친분이 있던 미국 지인들은 ‘American friends for YAGP Korea’를 결성해 적지 않은 후원금을 모아줬다.

그는 “앞으로 기금 조성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요즘 어떻게 하면 재단이 자립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YAGP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하는 학생들이 뉴욕에 머무는 동안 콩쿠르를 좀더 수월하게 준비하도록 돕겠다. 일본 학생들의 경우 일본어로 된 자료와 통역사 등 도움이 많은데 한국 학생들은 혼자서 힘들게 콩쿠르를 치러야 한다”면서 “올해는 YAGP KOREA를 처음 치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내년엔 좀더 보완하고 규모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