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아키히토 일왕 ‘생전 퇴위’ 시사 “수년 내 왕위서 물러나 장남에 넘겨줄 수 있다”

입력 2016-07-13 21:38

아키히토(82·사진 오른쪽) 일왕이 생전에 왕위를 장남인 나루히토(56·왼쪽)에게 넘길 방침을 나타냈다고 일본 NHK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아키히토는 왕실 일을 담당하는 궁내청 관계자에게 “왕은 헌법에 정해진 상징적 의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너무 나이가 들어 공무를 감당할 수 없는 데도 일부러 공무를 줄이거나 대역을 세우면서까지 왕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아키히토는 그러면서 “수년 내 왕위를 넘겨줄 수 있다는 내 생각을 외부에 공개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키히토의 이런 발언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에서는 고가쿠 왕(1780∼1817)을 마지막으로 지난 200년간 생전에 왕위를 넘겨준 경우가 없었다. 아키히토는 56세 때인 1989년 선친인 쇼와 일왕이 사망한 뒤 즉위해 25년간 왕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협심증 증세 등을 겪기도 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NHK방송은 일본 왕실과 친분이 깊은 네덜란드 왕실에서 조기에 왕위를 넘겨준 일이 있고, 바티칸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건강을 이유로 몇 년 전 교황 자리에서 물러난 일 등이 아키히토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