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VR)이라는 이름을 고안해내고 ‘아바타’를 개발해 ‘가상 현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컴퓨터과학자 재런 러니어(56)의 2013년도 저작. 러니어는 이 책에서 기계나 컴퓨터, 인공지능 등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는 이 시대의 지배적인 생각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점점 더 기계의 들러리가 되는 듯한 현재의 착시는 뭐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세이렌(siren) 서버’라는 신조어를 내세운다. 세이렌 서버는 쉽게 말하면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터를 말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금융 서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저자는 정보화시대를 연 초기 이상주의자들이 꿈꾸었던 자유로운 정보 공유의 이상은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사람들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면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정보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컴퓨터 활용의 본질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한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이 세계를 “세이렌 서버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재정의하고, “최상위 서버를 갖춘 극소수가 부와 권력을 독점한다”고 설명한다. 세이렌 서버는 빅데이터로 대중이 만들어낸 정보와 지식을 이용하면서 공짜 서비스로 사람을 꾀어 엄청난 이익을 낸다. 이런 ‘공짜의 경제학’, 또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돈 벌 기회를 빼앗겼다. 세이렌 서버는 일자리를 소멸시키고,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산업 기반을 무너뜨린다. 일자리 소멸, 중산층의 몰락, 부의 불평등 등의 원인을 세이렌 서버가 지배하는 기술자본주의에서 찾아낸다는 점이야말로 이 책의 독창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이대로 길바닥에 내몰려 죽어 가야 하는가? 실리콘밸리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기여한 데이터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다.
김남중 기자
[책과 길-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페북·구글이 만든 ‘1 대 99’ 세상
입력 2016-07-14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