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IRP·개인연금 간 자금 옮겨도 세금 안낸다

입력 2016-07-14 04:00

올해 퇴직한 김모(55)씨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는 2억2100만원이 있었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 2억원에 개인적으로 2100만원을 더 보탠 금액이다. 그는 IRP 계좌를 해지한 뒤 이 돈을 개인연금 계좌로 옮기려 했다. 퇴직금을 한 번에 관리하면서 연금저축펀드로 수익도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좌를 합치려면 각종 세금을 1107만원이나 내야 했다. 고민 끝에 그냥 IRP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처럼 IRP와 개인연금 간 자금을 이동할 때 내야 하는 각종 세금이 14일부터 면제 혹은 이연(연기)된다고 13일 밝혔다. 59개 연금사업자부터 시작되며, 산업은행 등 9개 사업장에선 7월 말부터 가능하다.

IRP는 직장인의 퇴직금에 개인자금을 보태 운용하는 계좌다. 개인연금은 연금저축 등 개인적으로 노후에 대비해 가입한 연금상품이다. 현재는 IRP와 개인연금 간 계좌 이체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돈을 옮기려면 어쩔 수 없이 계좌를 깨야 하는데, 무조건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해 세금이 부과된다.

14일부터는 계좌를 깨더라도 자금 이동이 목적일 경우 세금을 면해준다. 사실상 계좌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다. 각 계좌 가입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55세 이상 가입자가 혜택을 받는다.

제도가 시행되면 김씨가 내야 하는 세금은 575만원 정도 줄어든다. 우선 본인 납부액 2100만원에 붙는 기타소득세 16.5%(약 346만원)를 아예 안 낸다.

퇴직금으로 받은 2억원에는 과세이연(세금을 미뤄주는 혜택)을 받는다. 기존에는 IRP를 해지하면 퇴직소득을 일시불 수령하는 것으로 보고 전체 퇴직소득세(명목세율 6∼38%)를 내야 했다. 연금으로 나눠 받아야 퇴직소득세 중 30%를 깎고 세금 납부를 연기할 수 있었다. 14일부터는 김씨가 자금을 개인연금 계좌로 옮겨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씨가 개인연금 계좌에서 퇴직소득을 연금으로 나눠 받을 경우 세금은 전체 퇴직소득세(761만원)의 30%를 깎은 532만원만 내면 된다. 개인연금 계좌를 해지하면 다시 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이번 개선을 통해 IRP와 개인연금 간 자금 이동이 활성화되고 연금저축펀드 등 다양한 개인연금 상품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체를 하려면 이체받을 금융회사에 새 계좌를 만들고 기존 회사를 방문해 계좌 이체를 신청하면 된다. 금융 당국은 이체 받을 금융회사만 방문해도 이체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배우자로부터 승계받은 연금계좌 등은 이체가 제한된다.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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