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한진해운, 여유 찾은 현대상선

입력 2016-07-14 04:00

국내 해운업계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7월 중으로 시급한 현안을 마무리 짓고 가벼운 마음으로 8월을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다소 여유를 찾은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의 앞날은 아직도 짙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진해운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법인 지분 21.33% 전량을 약 23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매수자는 ㈜한진이다. 그룹이 한진해운 지원에 거듭 나선 모양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이 끝나는 다음 달 4일 전에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밝힌 가운데 한진해운은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조원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자구계획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4112억원이다. 이 중에서 현재까지 2677억원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결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은 해운업계의 성수기인 3분기를 맞이해 수익성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각 지역본부별로 전략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회의는 12일 독일 소재 구주지역본부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세계 각지에서 열린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은 “재무적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수익 극대화만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에 비해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현대상선은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분에 대한 7대 1 차등 감자(감자 비율 18.96%) 안건을 의결한다.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에 이어 조건부 자율협약의 마지막 관문인 해운동맹 가입이 사실상 성사된 것으로 보고 오는 22일 출자전환을 단행한다.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 이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지고, 채권단이 약 4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현대상선의 주인이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현대상선은 40년 만에 처음 현대그룹 계열에서 분리된다.

현대상선의 새 최고경영자(CEO)는 채권단 자율협약 마감 시한인 오는 28일 전후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 확정은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최근 구조조정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판단에 하반기 영업전략 회의와 화주 초청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경영정상화 행보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기업 설명에도 나서고 있다. 아울러 1만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새로 인도받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선박펀드도 신청할 예정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