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은 평생 가져가야 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처음 확진을 받는 순간 절망에 빠집니다. 평생 동안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평생 의료비 부담을 의미하는데 결국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으로 인한 가정의 와해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다발성경화증 역시 그렇다.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 유지현 회장은 “확진을 받으면 처음 듣는 이름에 황당해 한다. 그리고 바로 절망감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빨리 진단하면, 정상적인 삶까지는 아니지만 큰 후유증 없이 평균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의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환자들은 절망감과 의료비 부담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1년에 4∼5명 정도 됐다”며 “다발성경화증은 확진 받는 게 어렵다. 확진 받기까지 10년여가 걸린 환자도 있다. 치료도 못한 채 최악의 상태에서 확진을 받기도 한다. 확진 시일이 오래 걸릴수록 비용부담과 장애는 커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20∼30대 환자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유 회장은 “나는 40대 중·후반에 발병했는데 20∼30대는 다발성경화증으로 인해 사회활동을 못해 직장을 잃고 경제적으로 힘들다. 질환을 알려야 환자들의 삶이 보다 나아질텐데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아직도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질환 인식과 치료환경이 다소 개선됐다. 유 회장은 “다발성경화증에 대해 관심과 지식이 많은 의사도 많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 적절한 치료를 통해 큰 문제없이 평균적 삶을 살 수 있다. 다만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잘 따라야 하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요청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에 나온 정보를 무작정 따르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환자들이 다발성경화증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믿고 온갖 대체요법을 시도한다.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장애 조절도 늦어진다. 신경과를 방문해 의사들의 진료에 따라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질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환자들이 처방 받을 수 있는 치료제도 확대됐다. 이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유 회장은 “경구용 치료제 개발로 치료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도 줄었다. 다만 환자들이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치료제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발성경화증환우회 활동과 관련 유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들이 모이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위안을 받고 있다. 환우회가 중요한 역할은 똑같은 질병을 겪는 환자들이 서로 격려하고 희망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발성경화증 환우 중에는 산정특례를 받아도 치료비가 없어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치료비나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점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 회장의 견해다. 그는 “처음 환우회를 조직할 때는 후원 부분까지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후원금을 받기가 어렵다. 자립 기반을 위해 사단법인을 신청했으나, 희귀질환연합회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반려됐다. 다른 단체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법인이 된다면 후원금을 유치가 훨씬 더 용이할 것이고,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는 지난 9일 부산에서 다발성경화증&시신경척수염 간담회를 진행했다. 유 회장은 “환자들이 가족과 갈등이 생기면 심적으로도 견디기 힘들다. 이번 강의는 환자가족들이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환자들도 진료 받을 때와 달리 어디가 아프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환우회는 2005년부터 전국 순회 강연을 펼치고 있다. 지방에 있는 환자들의 경우 강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유 회장은 “의사는 환자에 대해 이해하고, 환자는 의료진과 보다 편하게 상담하는 서로에게 도움이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다발성경화증환우회 유지현 회장 “확진은 곧 절망… 의료비 부담은 또다른 적”
입력 2016-07-17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