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방송에서 기도로 랩을 시작할 수 있지?’
서울 충신교회(이전호 목사) 중등부 담당 우충만 목사는 지난 8일 케이블TV Mnet의 힙합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5’ 세미파이널을 시청하면서 전율을 느꼈다. 이 프로그램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비와이(23·이병윤)의 공연 때문이었다.
우 목사는 “힙합음악의 가사에는 자기과시나 욕설, 외설스러운 내용이 담긴 경우가 많은데 비와이는 하나님을 삶의 주인이라 당당히 밝혔다”며 “중등부 학생들과 매주 비와이의 담대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영향을 받아 이번 중등부 여름수련회 주제도 ‘Show me the faith’로 정했다”고 말했다.
비와이는 매회 믿음, 약속, 전지전능 등 기독교적 용어를 사용해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랩 가사를 선보인다. 상대를 비하하는 욕설이나 외설적인 표현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사와 퍼포먼스로 주목받는 여러 래퍼들과는 구별된다. 그럼에도 무대장악력과 청중과의 교감력이 탁월해서 ‘괴물 래퍼다’ ‘힙합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순도 높은 신앙고백에도 대중 열광=비와이는 쇼미더머니5 1차 오디션부터 성경말씀을 인용해 자신의 신앙을 랩으로 표현했다. ‘머니(돈) 파워(권력) 리스펙트(존경) 모두 얻어도 John 3:16(요한복음 3장 16절)만 새겨 내 무덤에.’ 요한복음 3장 16절은 구원자 예수의 탄생을 설명한 것으로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담은 구절이다. 지난 1일 방송된 무대에서 부른 곡 ‘Forever’에서는 하나님의 존재와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노래했다. ‘눈에만 보이는 달콤한 우상들에겐 절하지 않아 당연하지’ ‘무언가를 얻지 못해도 난 걷지 믿음으로 역시 주님께 맡겼지 그가 원한다면 가고 아님 말아’란 표현은 성경 속 다니엘과 요셉이 하는 고백을 떠올리게 한다. 8일 세미파이널 라운드에서 부른 ‘Day Day’에선 히브리서 11장 1절을 인용한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안 뵈는 것의 증거니까’란 가사를 선보였다. 순도 높은 신앙고백과 성경말씀으로 꽉 찬 곡이지만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비와이의 곡 ‘Forever’와 ‘Day Day’는 음원 출시 이후 멜론 등 주요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응원과 격려, 감동의 메시지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 1일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 된 비와이 관련 기사에는 ‘내가 살다가 랩 들으면서 은혜 받을 줄 상상도 못했다’ ‘주님이 직접 오셔서 랩하고 가신 줄 알았다’ ‘비와이를 만나주신 하나님은 살아계시며 죽기까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어졌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욕설, 비난보다 강력한 삶의 가치=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는 “비와이는 자기 과시나 맹목적 비난, 지적이 아닌 신앙을 근거로 한 자존감을 가사로 풀어놓는데 이것이 소위 말하는 ‘리스펙(존중)’ 요소가 된다”며 “그의 태도는 어떤 방식으로 살 때 상대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줘 크리스천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비와이는 현재 인천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교회 청년1부 담당 김소정 목사는 “(비와이는) 청년부에서도 찬양인도를 했고, 교육부서 교사로도 섬기는 등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봉사를 해왔다”며 “여느 신실한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굳건한 신앙을 갖고 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방송과 각종 일들로 바쁜 와중에도 매주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이사야 조경이 기자
grieg@kmib.co.kr
'비와이' 믿음을 멋지게 읊조려 랩으로 펼친 신앙고백
입력 2016-07-13 20:57 수정 2016-07-14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