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중간원료 제조사고 때문일 수도”

입력 2016-07-13 18:24 수정 2016-07-13 21:16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2011년 무렵 집중된 원인이 제품 내 화학물질 농도 상승이나 중간 원료 제조사고 때문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정부가 전수조사하고 있는 생활화학제품의 흡입독성 시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독성학회는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 계기로 본 주변의 호흡기 관련 물질’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2011년 무렵 집중된 점에 대한 정부의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가 가장 많았던 것은 2010∼2011년이다. 정부가 폐 손상 피해를 인정한 221명 중 42%(92명)는 2011년, 17%(38명)는 2010년에 피해를 입었다. 이 중 사망자도 2011년 56명, 2010년 17명으로 비슷한 시기에 집중됐다. 박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 기간이 주로 1년 이하였던 점을 고려하고 우연적인 요인을 배제하면 2009∼2010년 사이에 가습기 살균제 사용 패턴이나 제품 자체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업체가 제품 내 유해 성분의 농도를 높였거나 중간원료 제품의 농도가 제조사고 때문에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다. 박 교수는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옥시 제품 판매량은 2005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며 “2009년 신종플루, 2010년 구제역 등 감염위생 문제가 연달아 발생했고 2011년엔 예년보다 날씨가 추웠지만, 피해가 2010∼2011년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연구센터장은 생활화학물질을 호흡하는 게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을 실제 사용할 때 안전한지 확인하려면 호흡했을 때의 위험을 측정하는 흡입독성 시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흡입독성 시험이 가능한 기관은 의약품 시험을 주로 담당하는 3곳에 불과하다. 제품 하나의 흡입독성을 확인하는 데 3억원가량 비용도 필요하다. 이 센터장은 “인프라와 전문가가 부족한 탓에 흡입독성 시험을 거친 화학물질은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스프레이형 탈취제 ‘페브리즈’ 등 논란이 됐던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은 성분만으로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 전수조사를 통해 각 제품의 흡입독성을 평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안전 여부를 약식으로 확인한다고 해도 2∼3년 뒤에야 전체 결과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흡입독성 시험은 고비용, 동물복지 문제가 있어 모든 제품에 실시하기는 힘들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환경부는 흡입독성 시험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을 우선 분류한 뒤 내년부터 시험에 착수할 방침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