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화된 ‘단톡방 폭력’… 인식과 규범 전환돼야

입력 2016-07-13 18:13
최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을 무대로 세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인천 아파트에서 투신해 중상을 입은 여고생은 같은 반 학생들에게 집단괴롭힘을 당했다. 자신에 대한 험담과 욕설이 친구들의 단톡방을 통해 확산되자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 서울대에선 인문대 남학생 8명의 단톡방 성폭력이 공론화됐다. 이들은 주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발언을 단톡방에 장기간 쏟아냈다. 지난해 국민대, 지난달 고려대에서 있었던 사건과 똑같은 유형이다. 2주 전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망했다는 루머가 수많은 단톡방을 거쳐 유포됐고 관련 주가가 요동쳤다. 경찰은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세 사건에서 ‘나쁜 짓’은 집단괴롭힘과 성희롱과 루머 유포였다. 각각 성격이 다르지만 하나같이 단톡방의 외형적 폐쇄성 뒤에 숨어 자행됐다. SNS 시대에 가장 빈번히 활용되는 소통 매체가 과거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악행의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촘촘하며 더 은밀하게 연결되는 SNS의 특성은 더 악질적인 괴롭힘과 성폭력, 루머를 양산한다. 이러다 ‘단톡방 폭력’ 같은 범죄 장르가 형성되는 것 아닌가 싶다. 매체의 발전을 이용자의 인식과 사회적 규범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 단톡방의 공공성, 나아가 SNS 시대에 걸맞은 인식과 규범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단톡방은 더 이상 사적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 이미 법률적 해석이 내려졌다. 2014년 단톡방에서 특정인을 “무식하다”고 비방한 사람에게 형법상 모욕죄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고, 서울대 학생들처럼 단톡방 성희롱을 저지른 경우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본 판례도 있다. 피해자가 참여하지 않은 단톡방이라도 그 내용이 얼마든지 외부로 알려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단톡방 대화를 ‘사적 대화’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SNS에서 하는 발언은 공공장소에서 마이크 잡고 떠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SNS에 쉽게 친숙해지고 SNS로 인간관계를 형성해가는 청소년기에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개입하기 까다로운 영역이지만,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해줄 안내자는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