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고나면 새로운 영웅… 이번엔 박정음이다

입력 2016-07-13 21:36 수정 2016-07-14 01:39
사진=뉴시스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KBO)에서 ‘화수분 야구’하면 두산 베어스의 별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화수분 야구의 근거지가 넥센 히어로즈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주루 능력이 좋은 타자들을 내보내 득점 기회를 만드는 넥센 야구에 ‘발야구’ 말고도 ‘신(新)화수분 야구’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었다. 올 시즌 넥센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던 무명선수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넓고 깊은 유망주들의 숲으로 변신한 넥센은 또 하나의 숨은 보물을 찾아냈다. 주인공은 바로 외야수 박정음(27·사진)이다.

박정음은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40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대졸 신인으로 입단했으나 1군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동안 외야에는 워낙 쟁쟁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았던 터다. 빠른 발과 정확한 컨택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뒤따랐던 그였지만, 이를 증명할 기회를 잡는 것조차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올 시즌 염경엽 감독은 박정음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절실함은 곧 야구 실력으로 드러났다. 박정음은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8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는 생애 첫 끝내기 안타로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종종 수비 때는 몸을 사리지 않는 ‘슈퍼 캐치’까지 선보이며 박수갈채를 독차지했다.

이달에는 아예 팀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중요한 승부처 때마다 대형사고를 쳤다. 박정음은 지난 3일 다시 한 번 KIA를 상대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9회 동점타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뒤 11회 끝내기 안타로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12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는 9회 결승타를 때려내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정음은 유독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회 타율은 0.429(21타수 9안타), 9회 타율은 0.556(9타수 5안타)에 이른다. 득점권 타율 또한 0.382(34타수 13안타)로 높다. 타격만 좋은 것도 아니다. 접전 상황에서 빠른 발로 베이스를 훔쳐 넥센의 효율적인 야구에 힘을 보탠다.

올 시즌 넥센 화수분 야구의 시작은 마운드였다. 신재영이 그 서막을 올렸다.

박정음과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중고 신인’ 신재영은 선발투수로 완벽한 입지를 굳혔다. 느린 공 대신 제구력을 앞세워 전반기에 이미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밟으며 슬로볼러의 반란을 일으켰다. 넥센표 화수분 야구는 미리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