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을 벙커에 버린 매킬로이

입력 2016-07-13 18:21

2014년 6월18일 로리 매킬로이(27·사진)는 아이리시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아일랜드 국적을 선택했다. 남자프로골프(PGA) 세계랭킹 1, 2위를 오가며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영국 소속의 북아일랜드 출신이었지만, 스스로를 아일랜드인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1989년 5월 4일 북아일랜드 다운주 할리우드에서 태어난 매킬로이는 영국 국적자였지만, 아일랜드섬 원주민인 카톨릭교도 집안에서 자랐다. 그때 그는 “아일랜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만큼 자랑스러운 일은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112년 만에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6 리우올림픽에 아일랜드 국가대표로 출전하겠다는 간접적 발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매킬로이의 태도는 2년 만에 완전히 돌변했다. 얼마전 그는 브라질에서 창궐한 지카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이유로 내세워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스포츠계 전체가 “굵직굵직한 프로대회가 연이어 있고, 상금도 크니 그걸 노리고 올림픽에 안가려는 것뿐”이라고 수군거렸다. 특히 아일랜드는 크게 실망했다. 올림픽 금메달 하나 따기 어려울만큼 침체된 아일랜드 스포츠계를 최고의 골프선수가 외면해버려서였다.

매킬로이의 폭탄선언은 끝나지 않았다. 급기야 “내게 올림픽 골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내뱉었다. 그는 13일 올해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사우스아이셔 로열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주요 참가선수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골프는 시청하지도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올림픽 TV중계방송을 시청하긴 할 거다. 육상 수영 다이빙과 같은 종목은 다 보겠지만, 골프까지 볼 건진 모르겠다”고도 했다.

AFP통신은 “매킬로이의 발언이 2020 도쿄올림픽 이후에도 정식종목으로 남길 바라는 골프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밀렸났다가 재진입까지 한 세기가 넘게 걸린 골프는 도쿄올림픽까지 유지된다. 그 이후까지 생존하기 위해선 201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다시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전망은 회의적이다. 매킬로이와 제이슨 데이,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등 남자골프 세계 랭킹 1∼4위 선수가 전부 리우올림픽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올림픽 남자골프가 반쪽짜리 종목이란 냉대를 받기 때문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