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 이찬수(55) 목사는 지난해 로마서 강해설교를 하던 도중 잠시 멈추고 설교 방향을 ‘부흥’이란 주제로 틀었다. 새 책 ‘오늘 살 힘’은 바로 그 부흥에 대한 설교들을 묶어낸 것이다. 성도 2만명이 모이는 교회, 그러면서도 대형교회이기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했던 이 목사가 지금 ‘부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이유는 무얼까.
그는 지난해 교회를 찾은 부부가 ‘일만 성도 파송 운동’ ‘기존 신자 등록 거부’ 등의 방침을 거론하며 “분당우리교회는 부흥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한 데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흔히 부흥을 양적인 성장의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참된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하박국 선지자가 ‘여호와여 주는 주의 일을 이 수년 내에 부흥하게 하옵소서’(합 3:2)라고 애원하는, 한글성경에서 유일하게 ‘부흥’을 언급하고 있는 이 말씀을 붙잡고 부흥의 진짜 의미를 찾아나간다. 히브리어로 ‘카야’, 영어로는 ‘live’로 사용되는 부흥이란 말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육안으로 보기엔 희망이 없는 것 같은데, 이미 죽은 것 같은데 살려주시는 하나님을 갈망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부흥”이라고 적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을 암담하게 바라본다. “지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교회’하면 고개부터 젓는다.…교회에 대한 이런 이미지가 고착되어 가는 현실에서 한두 교회가 각성하고 정신 차린다고 한국교회가 살아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또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 않다. 가슴 아프게도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한국교회에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 보이고 회복도 불가능해 보인다.” 인간적인 노력으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마태복음 14장, 예수님 없이 배를 타고 가던 제자들이 풍랑을 만나고 자기 힘으로는 안 된다고 깨닫는 순간을 ‘영적인 밤 사경’이라 부르며, 하나님이 일하시는 그때 비로소 부흥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개인이 삶 속에서 부흥을 누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자기 우상을 깨고, 진정으로 자기 회개를 해야 하며, 말씀과 기도를 붙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성령의 충만함으로,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으로 주어진 하나님의 꿈이 회복되는 것이 바로 부흥이다. 이 목사는 가정에, 교회에, 이 땅의 수많은 교회들 위에 부흥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썼다. 그동안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머릿속에 고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던 부흥의 개념을,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새롭게 살아간다는 의미로 ‘교정’하려는 의도에서 쓴 책으로 보인다. 설교 메시지를 통해 저마다 부흥을 이뤄내라고 촉구하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이 목사는 해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를 이끌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그만큼 그에게 쏠리는 관심과 기대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수감생활’을 자처하며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 드림센터 8층 목양실 밖으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하지 않아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는 설교와 설교를 묶은 책 정도다.
이 책 곳곳에서 큰 주제와 무관하게 한국교회의 현실과 자신을 향한 기대감에 대한 그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교회 목사라고 다 같은가? 난 그런 사람이 아냐’라는 식의 생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님의 관점에서는 손가락질 받는 그 목사님보다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더 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나는 다르고 우리교회는 다르다는 생각, 하나님 보시기에는 이런 태도가 악한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는 또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큰 목사가 되게 해달라는 식의 거창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다만 오늘 하루 목회에 필요한 입술의 지혜를 구한다.”
솔직하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그가 갖고 있는 영향력의 선한 흘러내림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겐 애써 분당우리교회 담임목사로 역할을 한정시키려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아쉽게 읽혀질지도 모르겠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부흥합시다… ‘수적 성장’ 아닌 ‘마음 성장’으로
입력 2016-07-13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