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계기로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재판에서 완패한 중국은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며 전쟁도 불사할 태세고, 미국은 미국대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남중국해가 미·중 패권쟁투의 장으로 변했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면적이 35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는 자원의 보고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엄청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 게다가 세계 상선 통행량의 3분의 1, 세계 원유 수송량의 60%가 이곳을 지난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은 도처에 인공섬을 만들면서까지 영유권을 주장해오다 PCA 판결로 물거품이 됐다.
PCA 판결은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과 달리 구속력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는 중국의 태도는 국제질서에 반한다. PCA가 객관적 사실과 근거를 토대로 내린 판결마저 무시하면서 국제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면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중국 정부는 PCA 판결이 내려진 이상 공해가 자국 영해가 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무력충돌이다.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미·중과 남중국해 주변국의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미·중 두 강대국이 한 치도 양보할 뜻이 없어 이 지역 긴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라고 불복 의사를 밝히자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눈을 감는 일은 없다”고 응수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판결에 유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익을 고려한 매우 적절한 대처다. 미국과 중국은 어느 한쪽도 포기해선 안 될 우리의 파트너이다.
[사설] 중국의 PCA 판결 불복은 국제질서에 반한다
입력 2016-07-13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