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남자 80㎏초과급에 출전하는 차동민(한국가스공사)은 4년 전 런던올림픽을 늘 생각하며 훈련을 해왔다. 키가 무려 190㎝나 되는 거구임에도 최근엔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가죽 줄로 팔찌를 만든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 때보다 런던 때를 더 많이 생각한다.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팔찌를 만들고 있다. 이미 40개 정도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은 4년 전 태권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에 그쳤다. 2000 시드니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태권도에서 최악의 성적이었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다. 종주국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13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태권도 미디어데이에 나온 태극전사들은 4년 전의 아픔을 곱씹고 있었다. 이제 리우에서 그 아픔을 만회하고 한국의 목표인 ‘10·10’(10개 금메달, 순위 10위 이내)의 최선봉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리우에서 태권도는 남녀 4체급씩 총 8개 체급으로 나눠 메달 색깔을 가른다. 남자는 58㎏ 68kg 80㎏ 80kg초과급, 여자는 49㎏ 57kg 67kg 67㎏초과급이다. 이전까지는 메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나라에서 최대 남녀 2체급씩 총 4체급에만 출전할 수 있었지만 리우에선 달라진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올림픽 랭킹에 따른 자동출전권을 부여하면서 한 나라에서 체급 당 한 명씩, 최대 8체급 모두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 덕으로 한국은 역대 올림픽 사상 최다인 5명의 선수가 나선다. 그만큼 호재가 따르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58㎏급 김태훈(동아대), 68㎏급 이대훈(한국가스공사), 차동민이 출전한다. 여자부에서는 49㎏급 김소희(한국가스공사)와 67㎏급 오혜리(춘천시청)가 금빛 발차기를 준비 중이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이자 ‘훈남’으로 유명한 이대훈은 4년 전 은메달에 머문 아픔을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 모든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준비했다. 리우에서 준비한 만큼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시합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유일한 금메달리스트인 차동민은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리우에서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 숨겨놓고 있다. 기존의 발차기를 조금 변경한 것인데 지금은 말 못하고 대회에서 선 보이겠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김태훈은 이대훈과 함께 리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김태훈은 “그랜드슬램보다는 눈앞에 있는 목표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나보다 큰 상대도 많고 비슷한 선수도 많기 때문에 상대에 맞게 전략을 짜서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오혜리는 가족을 위해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갔다왔다. 아버지께서 경기를 지켜보실 것”이라며 “작년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후회 없는 경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싸우고 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니가 좋은 꿈을 꿨다고 했다. 그런데 ‘너에게 복을 준다고 복권도 일부러 안샀다’고 했다”고도 했다.
김소희는 “운동량도 늘리고 강도도 더욱 높였다. 1월 휴가 때도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했다”며 “올림픽이 처음이라 긴장이 되지만 하던 대로 하면 잘 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아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이번 대회에서 첫 선을 보이는 팔각경기장과 전자호구, 헤드기어 적응이 필요하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오혜리는 “팔각경기장에서 승부를 펼치는 모습을 매일 자면서 상상한다”며 “현지에서 다른 선수들이 경기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적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태권 5남매 ‘금빛기합’
입력 2016-07-13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