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살림살이의 척도다. 그 등락에 따라 삶의 형편이 달라진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구호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도 결국 물가 얘기다. 물가가 너무 올라 사는 게 팍팍하지 않느냐를 비꼰 것이다.
물가를 가늠하는 대표적 기준은 소비자물가지수다. 국민들이 많이 쓰는 상품과 서비스 481개의 가격 변화를 나타낸 주요 경제 지표다. 통계청이 5년마다 바꾸는 지수 품목에는 시대 상황이 담겼다. 그동안 펜촉, 소포료, 캐러멜, 고무신, 성냥, 정부미, 세숫대야, 무선호출기, 흑백TV, 라디오, 유선전화기 등이 들어 있다 빠졌다. 대신 햄, 치즈, 아파트 관리비, 골프연습장 및 골프장 이용료, 비데, 밑반찬, 등산복, 스마트폰 이용료, 찜질방비, 요양시설비 등이 포함됐다.
통계청은 2010년 기준인 현재의 소비자물가지수를 2015년 기준으로 개편해 오는 12월 30일 발표한다고 최근 밝혔다. 새 지수에는 사전, 잡지, 케첩 등이 제외되고 현미, 도시락, 헬스기구, 파스타면, 블루베리, 헬스기구 등이 이름을 올린다.
‘고물가는 악이고 저물가는 선’이란 인식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저물가를 걱정하는 시대가 왔다. 관리를 잘못해 물가가 너무 낮다고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해명해야 할 상황이다. 한은 존립의 가장 큰 목적은 ‘물가안정’이다. 한은법 1조 1항 한은 설립 목적에 규정돼 있다. ‘안정’이란 ‘적정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한은은 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했다.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미달하면 한은 총재가 대국민 설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사상 처음 오늘 이주열 총재가 입장을 밝힌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이 목표 2.0%에 못미친 0.9%였기 때문이다.
압축성장 시대를 구가하던 우리가 어느새 저물가를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낮은 물가, 저성장으로 상징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어른거린다.
정진영 논설위원
[한마당-정진영] 물가안정목표제
입력 2016-07-13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