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발 ‘삭발 광풍’이 거세다. 삭발 광풍은 경기도 평택과 강원도 원주, 충북 음성을 넘어 남하하더니 결국 경북 성주에 진입했다. 당분간 성주에서의 삭발 광풍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사드는 찬성하지만 우리 지역만은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으로 비쳐진다. 불과 20여일 전 영남권 신공항 유치에 목숨 걸던 핌피(PIMFY) 현상과 정반대다.
사드는 정말 애물단지인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현재 구축돼 있는 패트리엇 체계에 이어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 미사일을 2차례 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다층 방어망이 구축된다는 의미다. 북한엔 심리적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사드는 ‘절대 무기’인가. 정답은 ‘아니다’이다. 국방부는 연일 단거리·준중거리·무수단 미사일까지 모두 요격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비행 고도가 높지 않아 40∼150㎞ 고도에서 타격하는 사드가 적합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북한의 다연장로켓과 장사정포가 수도권을 집중 포격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미국 내에서도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 반대는 진짜 님비인가. 일견 일리가 있다. 사드의 전자파와 관련된 건강 문제는 지역 주민들에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사드가 배치될 경우 배치 지역을 1호 타깃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점도 걱정거리다. 미군 주둔에 따른 사회문제 발생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이밖에도 숱한 논란거리가 남아 있다. 한국군 기지를 이용하게 될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야당으로선 문제제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비용 문제도 있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배치·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전액 부담한다고 정부는 말한다. 한국은 부지와 기반 시설만 제공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대북 제재 대열에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희생시키면서까지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많다. 2014년 6월부터 13일 공식 발표 당일까지 이어진 정부의 오락가락 미국 눈치보기 행보는 두고두고 문제될 대목이다. 이런 탓에 5년 이상 지속됐던 ‘제주강정마을’ 사태의 박근혜정부 버전으로 발전해 남은 임기 내내 발목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정말 사드가 필요한 것이라면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한 간접화법이 아닌 직접 얼굴을 맞대고서 해야한다.
또 국회와의 협조를 위해 전격적인 영수회담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때마침 박 대통령이 몽골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뒤 귀국해 설명회 자리를 빌리는 형태로서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끊임없는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외교·안보라인을 총동원해야 한다. 고위급 특사 파견도 고려해봄직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핫라인을 통해 중·러 정상을 설득할 수도 있다.
지역주민에 대한 설득 작업과 함께 보상책 마련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방폐장 유치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혜택을 주는 방안도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사드 배치가 우선이 아니라 주민과 주변국 설득이 우선이다. “사드 배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위한 신의 한수”라는 야당 의원의 말을 반박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신의 한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석 정치부장 yskim@kmib.co.kr
[데스크시각-김영석] ‘신의 한수’ 필요하다
입력 2016-07-13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