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사이즈에 예사롭지 않은 제목의 이 책은 부제대로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평범한 사진 묵상집도 아니요, 그렇다고 부르신 곳에서 충성했을 뿐이라고 고백하는 다소 뻔한 선교사 간증도 아니다. 선교지에서의 일상과 쉽지 않은 나그네 생활의 고달픔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며 읽기엔 중간 중간에 곱씹어봐야 할 성경 말씀이 제법 많다. ‘그래, 케냐 사진이 실린 말씀 묵상집이지’하며 읽고 있는데 어느덧 내 삶의 자리를 살피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저자의 개성이 가장 도드라지게 묻어나는 ‘아리랑 아사왕’이란 챕터를 보자. 저자는 남유다왕 아사의 이야기를 꺼낸다. ‘다윗같이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던(왕상 15:11)’ 아사왕이 변심해 하나님을 멀리하더니 ‘늘그막에 발에 병이 들었더라(왕상 15:23)’고 적었다. 그러더니 “늙다리 병장들이 갓 부임한 신출내기 소위를 길들이려 하듯이, 케냐는 신참 선교사를 집요하게 괴롭힌다”며 “아사왕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다. “그분을 향한 전심이 나뉘면서 아리랑 고갯길을 넘어가다가 발병이 나게 될 판”이라더니 일단 아사왕에게 병문안을 가겠다고 한다. 아사왕에게 ‘더 이상 멀어지지 말고, 나와 함께 그분과 가까워지기로 하자’고 말하고 아리랑 노래를 한바탕 함께 부르겠단다.
저자는 “어쩌다 케냐 선교사가 됐나요”라는 질문에 “로고스(logos·말씀)씨와 연애를 하다보니 그렇게 됐어요”라고 답한다는 이상예 선교사다. 자녀를 둔 여성 선교사라는 점도 그렇지만 그의 이력의 독특함은 ‘묵상에 대한 사랑’에 있다. 대학에서 기독교유아교육을 전공했지만 신학을 공부한 뒤로 성경묵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2003년부터 성서유니온선교회의 ‘어린이매일성경’을 집필해왔고, 묵상과 관련된 논문으로 미국 풀러신학대에서 목회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내공과 감수성이 성경과 문학, 그리고 삶을 함께 엮어 풀어내는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나래 기자
말씀에 서정적 풍경 곁들여 케냐에서 보내온 묵상 편지
입력 2016-07-13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