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서청원 당권 도전 ‘멍석깔기’ 나섰다

입력 2016-07-13 05:20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서청원 의원 등판을 위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 불출마 선언에 이어 홍문종 의원도 서 의원 결단 시 불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권 내부에선 서 의원 출마를 위한 친박의 ‘판 깔기’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도 서 의원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단일화 논의 등 전략 마련에 나섰다.

홍 의원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 의원과) 표밭이 겹치고,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호흡을 같이했던 부분이 있다”며 “그분이 결정하고 나서 그 다음 (제가) 결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의원이) 빨리 결정을 하셔야 할 것 같다. 결정을 하셔야 저희들도 그 결정에 따라서 선거운동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서 의원이 당대표에 나설 경우 친박계가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서 의원을 향해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을 구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대표직에 출마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서 의원을 향한 당권주자들의 견제구도 매서워졌다. 정병국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론에 답을 해야 될 것”이라고 했고 김용태 의원은 “패권적 리더십이냐, 새로운 리더십이냐를 당당히 심판받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비박계 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했다. 그는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전략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가 안 되면 당선이 안 된다”고 했다. 정 의원과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김 전 대표는 “도와 달라”는 정 의원 요청에 “열심히 하라”는 원론적 대답만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 측 인사는 “당분간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이 다음주 영국 등 유럽 국가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공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전당대회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 의원은 불출마 선언 후 가까운 의원들에게 “전당대회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