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임시회는 역대 최대인 589건의 법안 발의를 자랑했지만 19대 국회 법안을 그대로 ‘재탕’하거나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중복 발의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지난 5월 30일 이후 5일간 발의된 법안(99건)의 약 80%(79건)가 ‘재탕’이었다. ‘사장되기엔 아까운 법이었다’고 해명하지만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5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청년실업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시들어가는 청춘을 위해 더민주 20대 총선 공약인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다”며 이 법을 ‘20대 국회 1호 법안’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정호준 의원이 발의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과 단어 하나, 쉼표 하나까지 동일했다. 노 의원 측은 “정 전 의원실에서 해당 법안을 만든 보좌진이 노 의원실로 자리를 옮긴 데다 의미도 있는 법이라 그대로 발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의원 보좌진은 “언론 노출, 법안 발의 실적이 목적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새누리당 박순자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법 개정안’ ‘악취방지법 개정안’도 각각 낙선 의원인 이상일 전 의원 등의 법안과 내용이 동일하다. 박 의원은 “꼭 통과시켜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악취방지법의 경우엔 안산시청의 간곡한 요청으로 발의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슷한 내용의 ‘중복’ 법안도 우후죽순 쏟아졌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실제 20대 국회 첫 임시회에서 6건(더민주 4건, 국민의당 2건)이 발의됐다.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할당률을 5%로 올리겠다는 내용으로 대동소이하다.
15∼20대 국회 개원 후 첫 임시회까지 발의된 법안을 보면 양적으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최종 가결률은 대부분 한 자릿수다. 법안의 단어만 바꾼 ‘자구수정 법안’, 낙선 의원 법을 베낀 ‘하이에나식 발의’ 등 부풀리기용 입법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기간 15∼19대 국회 발의 법안은 각각 2건, 19건, 65건, 121건, 473건이었다. 하지만 가결률은 각각 0%, 15.78%, 7.69%, 5.78%, 7.18%에 불과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직접 만든 법안이든 베낀 법안이든 의원이 끝까지 노력해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동성 고승혁 기자
발의 80%가 재탕… ‘꼼수’로 문 연 20대 국회
입력 2016-07-13 01:07 수정 2016-07-13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