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아파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다.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한 중소형 아파트 선호 흐름 속에 공급 역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수요 대비 공급 감소가 큰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희소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전세금 상승, 양육 등의 이유로 부모와 가정을 합치는 ‘리터루족(리턴과 캥거루족의 합성어)’의 등장도 중대형을 찾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13일 한국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규모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2년 1월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용면적 85㎡ 초과∼102㎡ 이하 아파트의 2012년 1월 매매가격 지수는 102.2로 지난달(101.7)보다 높다. 102㎡ 초과∼135㎡ 이하 면적과 135㎡ 초과 면적의 매매가격 지수 역시 조사 시작 당시가 지난달 보다 각각 1.6포인트, 7.8포인트 더 높다. 매매가격지수는 2015년 6월을 기준(100)으로 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 60㎡ 초과∼85㎡ 이하 아파트와 60㎡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지난달 매매가격지수는 2012년 1월 대비 각각 5.6포인트와 9.6포인트 상승했다.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공급 역시 크게 줄었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2011∼2015년 수도권에서 공급된 전용 85㎡ 이상 중대형 물량은 전체의 14%인 5만8922가구에 불과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1년 21.6%까지 올라갔던 중대형 공급은 지난해 한 자릿수(9.9%)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중대형 공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지역에 따라 수급 불균형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 물량 부족, 양육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부모와 합가를 선택하는 가구가 등장하면서 중대형을 찾기도 한다. 서울의 높은 전세금도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이유가 된다. KB국민은행 자료 기준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금 평균은 4억945만원으로 경기도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3억1313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적었던 중대형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건설사들은 이를 감안해 그간 중대형 공급이 뜸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중대형 물량을 차츰 늘리고 있다. 유승종합건설은 7월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C-1 블록에 ‘다산신도시 유승한내들 골든뷰’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15층 6개동으로 316가구가 분양된다. 전 가구가 전용 84∼109㎡ 중대형으로 구성돼있다. 왕숙천과 인접해 왕숙천 조망이 가능하고 왕숙천을 따라 10만여㎡의 수변공원도 조성돼있다. 2022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 다산역(가칭)과 도보 거리에 위치해 있다. 2021년 개통 예정인 제2경부고속도로를 포함해 북부간선도로, 강변북로 등으로의 이동도 용이한 편이다. 한양도 해당 지구 C-2 블록에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 2차’를 이달 중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 97∼112㎡ 291가구로 구성돼 지하 1층∼지상 15층 6개동으로 지어진다.
호반건설은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 C1·2 블록에 ‘시흥배곧 호반 써밋플레이스’를 7월 중 선보일 계획이다. C1 블록에 890가구, C2 블록에 905가구 등 모두 1795가구의 대단지다. 전용 84∼172㎡, 지하 2층∼지상 35층으로 이뤄져 있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안양 호계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평촌 더샵 아이파크’를 7월 분양한다. 전용 84㎡ 이상 250가구를 비롯해 모두 335가구를 일반에 분양할 예정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리터루족 고마워”… 중대형 아파트 부활 바람 솔∼솔
입력 2016-07-13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