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12일 판결은 예상대로 중국의 완패였다. 필리핀이 중재 신청한 15개 항목 중 중국에 유리한 결정은 단 하나도 없었다. 중국이 섬이라고 주장한 지형 모두 섬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와) 등 3곳은 암초 지위도 인정받지 못해 ‘간조노출지’로 격하됐다.
2013년 1월 필리핀의 신청으로 시작된 재판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첫 국제사법적 판단이다. 앞으로 유사한 분쟁의 전례와 원칙으로 작용한다. 중재 판단은 상소가 불가능해 내용은 그대로 확정된다. 판단에 법적 구속력은 있지만 강제할 벌칙 규정은 없다. 하지만 국제사회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PCA는 중국의 남중국해 ‘구단선(九段線)’을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으로 규정해 중국의 이 지역 영유권 주장은 근거 자체가 사라졌다. 1953년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선언한 구단선은 남중국해 대부분 지역을 포함할 뿐 아니라 베트남과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겹쳐 분쟁의 근원으로 꼽혔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구단선이 무슨 뜻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심지어 9개 단선의 정확한 좌표도 밝히지 않았다.
중국이 섬이라고 주장한 지형 가운데 수비 암초,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 휴지스 암초(중국명 둥먼다오), 세컨드토마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는 썰물 때 드러나고 밀물 때 잠기는 간조노출지라는 판단이 나왔다. 유엔해양법 협약에 따르면 섬은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EEZ가 인정된다. 암초는 영해 12해리만 인정된다. 하지만 간조노출지로 규정된 인공섬은 아무 권한이 없다. 중국이 조성한 인공섬 중 일부는 암초 판정도 받지 못함에 따라 이곳에서 중국에 의한 자원개발, 군사훈련, 타국 선박의 항해 방해는 모두 국제법 위반이 된다.
이밖에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나 피어리크로스 암초(융수자오)도 섬이 아니라 암초로 규정돼 더 이상 EEZ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스프래틀리 군도(난사군도)의 유일한 자연 섬으로 여겨진 이투 아바(중국명 타이핑다오)는 암초로 지위가 강등돼 실효지배 중인 대만은 EEZ를 주장할 수 없게 됐다.
PCA는 스카버러 암초 등의 인공섬 건설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해 해양 환경을 보호토록 한 유엔해양법 협약을 위반했다는 필리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중국의 계속된 인공섬 건설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中 인공섬 일부, 암초로도 인정 못받아… 남중국해 PCA 판결에 담긴 내용
입력 2016-07-13 01:12 수정 2016-07-13 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