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현지시간) 필리핀이 중재 신청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에서 “중국이 남중국에서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PCA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구단선(九段線)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PCA는 “중국이 주장하는 해당 수역과 자원에 대해 역사적으로 배타적인 지배권을 행사해 왔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영해선으로 남중국해의 90%를 포함한다.
PCA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서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중국이 점유한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나 피어리크로스 암초(융수자오)는 섬이 아니라 암초라고 판단했다. 암초는 12해리 영해는 인정되지만 어업권과 자원개발권 등 EEZ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은 밀물 때만 드러나는 간조노출지(干潮露出地)로 판단돼 아무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다.
PCA는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에서 필리핀의 전통적 어업을 방해했고, 중국 선박이 필리핀 선박에 심각한 충돌 위험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게 훼손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대만이 실효지배한 타이핑다오(영문명 이투 아바)도 섬이 아닌 암초로 판단해 대만도 이 지역의 EEZ 권리를 잃게 됐다.
필리핀은 즉각 환영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기여하는 중대한 결정”이라며 긴장을 유발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냉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필리핀은 국제사회에 중국의 구단선 포기와 각종 시설 철수를 요구할 권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중국은 판결 수용 거부를 선언해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외교부는 판결 직후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필리핀이 일방적으로 제기한 중재 소송은 유엔 해양법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중재법정은 관할권이 없다”면서 “해당 판결은 무효이고 법적 구속력도 없으며 중국은 받아들이지도 수용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필리핀의 일방적인 소송 제기는 목적이 악의적이며 중국의 남중국해상에서의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부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성명에서 “당사국들이 PCA 판단을 따름으로써 향후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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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중국해서 필리핀 주권 침해”
입력 2016-07-12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