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를 놓고 지도부와 의원 간 이견을 드러낸 더불어민주당이 비공개 의원간담회까지 열었지만 끝내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입장을 밝히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격론 끝 당론 채택 무산
더민주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1시간45분 동안 사드 배치에 대한 비공개 의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미동맹 등을 이유로 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지도부의 신중론과 당 안팎의 반대 기류가 충돌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간담회에는 더민주 소속 의원 60여명이 참석했고, 24명이 발언했다. 발언한 의원 상당수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당론’ 채택 등 강경한 의견을 개진했다. 김경협 김두관 심재권 의원 등은 사드 배치가 중국과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를 자극한다는 점, 북한의 핵·미사일 억지력에 대한 의구심을 토대로 반대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철희 정재호 최명길 의원 등은 한·미 관계와 집권 이후 안보전략 등을 고려해 전술적 모호성을 유지하자는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정재호 의원은 “찬반의 문제가 아닌 갈등 관리의 문제”라며 별도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는) 이념과 정체성의 문제가 아닌 국익의 문제라는 점에 전체적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사드 문제를 집중 논의할 기구 구성을 논의키로 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 불참했다.
선명성 경쟁 나선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더민주와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사드 배치 반대와 한·미 당국의 배치 결정 철회 촉구, 향후 배치 시 국회 동의 요구 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투표를 제안했던 안철수 전 대표는 “사드는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따져야 한다”며 “공론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고, 국회에서 먼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과 김대중정부 출신인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더민주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정 의원은 “국운이 걸린 문제에 대해 제1야당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유력한 대선 후보가 이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사드 배치 논의를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던 문 전 대표에게 현재 더민주의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감정싸움을 벌인 두 야당은 박근혜정부의 전면 개각 요구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면 개각을 공식 요구한다”며 “전면 개각 없이는 절대로 국민의 분노와 민심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전면 개각 제안에 동의한다”며 “박 대통령 임기 말이므로 정리를 위해서라도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중심 개각이 이뤄지는 것이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사드 배치’ 갈라진 야권] 국민의당 “문재인 입장 뭐냐”… 사드 신중론 더민주 압박
입력 2016-07-1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