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테레사 메이(59) 신임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48) 총리가 6년 통치를 마치고 물러나게 됐다. 보수당 대표를 그만두는 것은 무려 10년7개월 만이다.
BBC방송은 떠나는 캐머런을 향해 “그동안 뭘 했든 간에 사람들은 캐머런을 유럽연합(EU)에서 영국을 퇴출시킨 인물로 기억할 것”이라고 차갑게 평가했다.
캐머런은 39세 때인 2005년 12월 ‘늙은 보수당’을 구할 인물로 전면에 나섰다.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전형적인 엘리트에다 언변이 뛰어나고 파워가 넘쳐 보수당을 구할 ‘젊은 기수’로서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륜이 짧다는 우려와는 달리 당시 야당이던 보수당을 꾸준히 혁신시켰다. 동시에 ‘좌클릭’을 통한 중도보수 노선으로 지지기반을 넓혀 5년 뒤인 2010년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캐머런은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영국의 위상을 높였다. 한 달 먼저 총리가 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과 호흡을 맞춰 유럽을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2009년 47세의 나이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같은 40대 지도자로서 코드가 맞아 미·영 관계가 어느 때보다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이민자 문제로 정치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이민자가 몰려오면서 반EU 정서가 확산되자 캐머런은 지난해 5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승부수로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 승부수가 패착이 됐다. 일간 가디언은 “캐머런이 2020년까지 의원직을 유지하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며 “나중에 다시 다우닝가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최대 업적은 브렉시트” 비아냥 듣고 떠난 캐머런
입력 2016-07-13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