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파도 가보니 모든 집에 태양광 발전판 설치… 전기차·충전소가 외지인 반겨

입력 2016-07-12 18:54 수정 2016-07-12 21:41
지난 8일 방문한 제주 가파도 풍경.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고(사진 위), 바닷가에는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250㎾급 풍력발전기 2기는 가파도 전력의 대부분을 감당한다. 조민영 기자, 한국전력 제공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뜨거운 태양과 힘찬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들판. 지난 8일 제주도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15분을 달려 도착한 가파도의 첫 인상이다. 가파도는 전체 면적이 0.85㎢이며 281명의 주민(134가구)이 사는 작은 섬으로 3∼4월 섬을 뒤덮는 청보리밭 축제로 유명하다.

이 작은 섬의 가치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 전부는 아니다. 가파도는 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탄소 제로(zero) 섬’, ‘에너지 자립섬’에 도전 중인 실험 무대다. 에너지 자립 사업은 섬처럼 육지의 전력계통과 연결돼 있지 않은 고립된 지역에 자체적인 소규모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을 구축,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필요 전력을 독립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전기자동차와 충전소가 가파도 선착장에서 처음 기자를 반겼다. 마을로 접어들자 태양광발전판이 조개, 소라껍데기가 드문드문 박힌 돌담집마다 반짝이고 있었다. 지난봄 청보리가 가득했을 들판 너머로는 풍력발전소 두 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시원스럽게 돌고 있었다.

실제 가파도의 전력공급 대부분은 시간당 최대 250㎾의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2대가 충당하고 있다. 이영석 가파도발전소 사업소장은 “가파도 주민들이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할 때 시간당 260㎾ 수준”이라면서 “풍력발전 용량은 그의 배에 달해 조건만 맞으면 상당 부분 충당된다”고 설명했다.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바람이 적은 날 전력 수요를 충당해주는 보조 역할을 한다. 진명환 가파도 이장은 “1∼2년 전만 해도 섬 주민들의 불신도 높았고 초기 설치비용(가구당 126만원) 등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부터 실제 전기료가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나오면서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도 안 불 때는 일종의 대용량 배터리인 ESS에 미리 저장해둔 전력을 공급한다. 바람·태양 등 조건이 좋을 때 전력 수요보다 많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두는 것으로, 현재 가파도 ESS 용량으로는 하루치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ESS로도 부족한 전력은 디젤발전기를 통해 보충한다. 가파도발전소에 따르면 가파도의 전력량 중 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평균 70% 수준이다. 황우현 한전 에너지신사업단장은 “아직 배터리 가격이 높아 한계가 있지만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조만간 ESS 확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도=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