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처’ 메이 “브렉시트로 분열된 영국 통합하겠다”

입력 2016-07-13 04:01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신임 총리로 확정된 뒤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 도열한 보수당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메이 장관은 13일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로부터 총리 자리를 넘겨받는다. AP뉴시스
테레사 메이 영국 신임 총리는 신발류에 관한 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한다. 왼쪽부터 지난 11일(현지시간) 각료회의 때 신은 호피 무늬 구두, 여성부 장관이던 2008년 9월 신은 새빨간 힐, 보수당 예비내각에 속했던 2007년 9월 신은 웰링턴 부츠, 보수당 당의장 시절이던 2003년 5월에 신은 밀리터리 무늬 구두. AP뉴시스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테레사 메이(59) 내무장관이 13일 새 보수당 대표 겸 총리로 임명된다고 보도했다.

메이는 경쟁자였던 앤드리아 레드섬(53) 에너지 차관이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예정보다 3개월여 빨리 취임하게 됐다. 경선 일정을 정했던 보수당 원로그룹 ‘1922위원회’ 그래엄 브래드 위원장은 “위원회가 대표 지명에 동의했다”면서 메이가 당대표로 선출됐음을 확인했다.

메이는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는 브렉시트일 뿐”이라며 “은밀한 거래로 유럽연합(EU)과 재결합을 시도하거나 재투표를 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당대표와 총리가 바뀐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또 “국민은 EU를 떠나는 데 찬성했다. 총리로서 우리가 EU를 떠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브렉시트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는 브렉시트 과정에서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의견을 강하게 밝히지는 않아 분열된 당과 국가를 통합할 후보로 꼽혔다.

메이는 분열된 영국을 화합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강하고 입증된 리더십과 당과 나라를 단합시키는 능력을 보이겠다”며 “소수 특권층이 아닌 모두를 위해 일하는 국가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메이가 양극화 해소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경선 과정 중 “보수당을 근로자를 위한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노동자와 경영자의 임금 격차가 건강하지 못할 만큼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기업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게 하고, 주주가 경영진의 연봉을 정하는 ‘특권 버리기’ 식의 공약도 내놨다.

FT는 “보수당이 시장주의와 개인주의를 우선하지 않고 사회와 공동체의 가치를 믿는다는 주장을 앞세워 대처와 거리를 두려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내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이민자 감소를 위해 1만8600파운드(약 2800만원) 이상 벌지 않은 국민이 외국 국적의 배우자와 자녀를 데려올 수 없게 한 규정을 만들었다.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브렉시트 사태의 핵심 이슈였던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강경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치안이나 안보 분야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총리석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브렉시트 절차를 개시하는 리스본조약 50조를 연내에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메이가 꾸릴 첫 내각은 ‘브렉시트 준비조’ 역할을 할 것이라고 FT는 예측했다.

총리급인 재무장관으로는 필립 해먼드(60) 외무장관이 1순위로 꼽힌다. 조지 오스본(45) 현 재무장관은 외무장관으로 해먼드와 자리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신설되는 ‘브렉시트부(ministry for Brexit)’ 수장으로는 최측근인 크리스 그레이링(54) 하원의원이 하마평에 올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