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권 준비가 돼 있는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입력 2016-07-12 17:56

새누리당 유승민(사진) 의원이 12일 “다음 대통령에게는 무너진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개혁정신과 공동체에 대한 열정, 공감이 굉장히 필요한 덕목”이라며 “제 자신이 그런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서 정말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결심을 한 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내대표 사퇴 이후 1년 만에 라디오 방송에 나와 직접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유 의원은 “제가 정치를 하면서 등 떠밀려 무슨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충분히 고민하고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할 때도, 지난해 원내대표를 할 때도 보수 개혁을 주장해왔고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그런 주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월 9일 전당대회엔 불출마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새누리당 당헌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대권·당권 분리’ 조항이다. 유 의원은 “내년 대선은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을 평가받는 선거”라며 “새누리당이 앞으로 이렇게 변할 거라는 걸 보여주는 전당대회가 돼야지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에 매달리는 전당대회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원내대표 사퇴 결심을 하고 나서 대통령을 뵙고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있었던 오해를 풀고 싶었다”며 “그런 기회가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서로 오해가 풀리면 대통령께서도 제 진심을 이해해 줄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못 박는가 하면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 강화)을 수용하면서 원내대표 재임 내내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K2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을 통합해 이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제게) 힘을 실어주신 건 맞는다”고 했다. K2 이전은 유 의원의 핵심 공약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한 뒤 유 의원을 배웅하면서 K2 이전 문제를 먼저 언급했고 “항상 같이 의논하면서 잘하시죠”라고 했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