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진화… 퇴직연금도 굴릴 것”

입력 2016-07-12 20:14
로봇(Robot)과 자산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장지수펀드(ETF)는 물론 향후 퇴직연금까지 다루게 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일종의 공공장부 작성과도 같은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클라우드 서비스로는 데이터센터 관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도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12일 연 ‘디지털 금융의 미래와 발전 전략’ 세미나에서다.

투자자문회사 쿼터백의 장두영 부대표는 한은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급성장을 언급했다. 지난 1월 기준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한 자산이 1490억 달러로 파악됐고 올해 말에는 3000억 달러로 배 이상, 2020년엔 2조2000억 달러로 14배 넘게 팽창할 것이란 예측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애용의 배경에는 기존 자산운용사의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꼽힌다. 저금리로 인해 기대 수익률은 높지 않은데, 수수료는 높고 자산관리 자체도 불투명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강하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운용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투명성도 높다. 미국에선 찰스 스와프 같은 수수료 0원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도 등장했다.

한국에선 로보어드바이저가 위험 성향을 바탕으로 ETF 활용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1단계를 넘어 곧 은퇴설계와 개인 자산 및 부채 분배를 돕는 2단계로 진화할 것이라고 장 부대표는 전망했다. 그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 고령화시대 도래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퇴직연금 부문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분산화된 데이터 구조인 블록체인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모든 데이터를 한곳에 보관하고 관리하면 해커들이 단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만 침입하는 것으로도 치명적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참여자 전체에 같은 장부를 공유하는 방식인 블록체인에선 피해 최소화가 가능하다. 장부 공유로 인해 거래 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이점도 있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통화 이외에 송금, 증권 발행, 자금세탁 방지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용녀 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 이사는 글로벌 클라우드 금융 서비스를 설명했다.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내려받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금융기관이 도입하면 고비용 데이터센터를 없앨 수 있고 나날이 개편되는 정보 규제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금융 3대 키워드
*로보어드바이저 로봇(Robot)과 자산관리사(Advisor)를 합친 말. 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이 시장 상황을 스스로 분석해 자동으로 투자종목과 금융상품을 고르고 자금을 운용함
*클라우드 영어로 '구름'을 뜻하는데, 서버를 구름 모양으로 사용하는 데서 유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내려받음. 은행이 이를 도입하면 데이터센터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음
*블록체인 위변조 검출이 가능한 분산 데이터 구조. 거래 장부를 전면 공개하며 복수로 기록하는 방식.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며 해킹으로 인한 소실 염려도 줄어듦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