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범인을 알고 있다… 흡혈 모기에서 용의자 DNA 채취, 최신 과학수사기법 전면 활용 길 터

입력 2016-07-12 21:51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는 흡혈 현장에서 평균 106.7m 내외에 남아 있고 170m 이상은 날아가지 않는다. 국내 수사관이 이에 착안, 6년여의 연구 끝에 폐쇄된 사건 현장에서 채집된 흡혈 모기 피에서 인간 DNA를 추출하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최신 과학수사 기법으로 전면 활용될 전망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12일 과학수사계 김영삼(48·이학박사·사진) 검시관이 ‘흡혈 모기로부터 분리한 인간유전자형 분석’ 연구논문을 이달 초 경찰과학수사학회지에 기고했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관련 연구에 몰두해온 김 검시관은 “이번 연구에는 사람의 피를 흡혈한 6마리 모기가 시료로 이용돼 이들 모두로부터 개인프로필을 얻었고, 사건현장에서 채집한 모기로부터는 특정 개인의 프로필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흡혈곤충인 모기의 혈흔에서 인간유전자를 확보하는 기술을 수사에 본격 도입하면 사건 해결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현장의 모기 혈흔으로 사건 용의자를 검거한 사례는 2005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해안가에서 여성을 살해한 용의자의 혈액을 흡혈한 모기의 혈액으로 유전자가 확인돼 피의자가 잡혔고, 2008년에는 핀란드에서 도난 차량 내에 남아 있던 모기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로 용의자를 구속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14년 1월 경기도 파주의 한 모텔에서 발생한 폭행살인사건 현장 문틀에 남아있던 모기 혈흔을 닦은 면봉 2점에서 한 남성의 유전자를 확인한 바 있다.

김 검시관은 “사건 현장은 증거의 보고로 흡혈 모기도 범죄자를 검거하는데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는데 착안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며 “범죄가 날로 지능화돼가는 요즘 이번 유전자 추출 신기법이 강력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