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보험료 ‘錢爭’

입력 2016-07-13 04:00

수입차 보험료를 둘러싸고 손해보험업계와 수입차업계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손보사들이 수입차 보험료를 올리려 하자 수입차업계는 다시 낮추기 위해 뛰고 있다.

12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벤츠 BMW 등 고가 수입차 브랜드가 잇따라 자동차보험 등급 평가를 신청했다. BMW코리아는 내년 출시 예정인 신형 5시리즈를, 재규어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올 뉴 F-Pace를 등급평가 의뢰했다.

차량 등급평가는 모델별로 충돌시험을 거쳐 파손정도와 부품가격·공임비·손해율 등을 감안해 등급을 매겨 보험료 책정의 기준으로 삼는 제도다. 수입차는 선택사항이어서 그동안 굳이 신청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국GM의 임팔라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폭스바겐, 볼보, 벤츠 등이 잇따라 등급평가를 받았다.

기존에 2등급이었던 볼보 올 뉴 XC90의 경우 평가를 거쳐 10등급으로 분류됐다. 안전등급 숫자가 커질수록 더 안전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의미여서 그만큼 보험료가 낮아진다. 올 뉴 XC90 운전자는 보험료를 70만원 정도 아낄 수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차는 법인용 수요가 많아 보험료 등 부가적인 비용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등급평가를 받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개인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보험사들이 고가 수입차의 보험료를 높이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등급평가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콧대 높던 수입차들이 등급평가를 자청한 이유는 시장과 제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차의 세제혜택이 줄어들면서 고가 수입차 수요가 위축된 데다 손보사들은 과다한 수리비는 낮추고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외제차의 부품값은 국산차의 4.7배, 공임비와 도장료는 2배 수준이다. 수리 일수도 평균 8.8일로 국산차(4.9일)보다 길다.

동부화재는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고가 수리비 할증요율’을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추가하겠다고 신고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금감원의 인가를 받는 대로 이르면 다음달 내에 할증요율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료가 오르는 차량은 국산차 8종, 수입차 38종이다.

동부화재는 차종별로 수리비가 평균보다 많이 나오면 보험료를 최대 15%까지 더 올릴 방침이다. 금감원의 인가를 받으면 다른 손보사들도 별도의 승인 없이 할증요율을 적용할 수 있다. 대신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는 등급이 낮춰지면서 보험료도 낮아져 할증률을 상쇄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지난 4월 수리 중 차량렌트 기준을 동일차종에서 동급차종으로 변경해 렌트비를 크게 낮췄다. 이달부터는 가벼운 흠집이나 범퍼 충돌은 부품 교체를 하지 않고 흠집제거 등의 정비만 받도록 했다. 삼성화재는 자체적으로 운영해 온 ‘외제차 견적 지원센터’를 전국 14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심상우 팀장은 “수입차 브랜드들이 부품가격과 공임비, 도장비 등을 낮추려는 노력이 보인다”며 “그동안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부분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