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청소년들 성적·왕따에 죽어가는데… 결국 소설가인 내가 나서게 됐다”

입력 2016-07-12 19:55
교육 문제를 다룬 신작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펴낸 조정래 작가. 그는 12일 “어느새 손자가 둘이나 될 정도로 늙은 나이가 됐는데,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작가의 말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구성찬 기자

‘태백산맥’ 850만부, ‘아리랑’ 400만부, ‘한강’ 300만부, ‘정글만리’ 190만부…. 베스트셀러 작가 조정래(73)가 ‘정글만리’ 이후 3년 만에 신작 장편 ‘풀꽃도 꽃이다’ 1·2권(해냄출판사)을 펴냈다. 이번 소재는 사교육 만능, 학벌 지상주의 병폐에 빠진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청소년 자살률 1위다. 하루 1.5명의 청소년이 성적, 왕따 문제로 죽어가는데 국가도 사회도 부모도 어떤 대비책 없이 살아가고 있다”면서 “장미만 꽃이 아니라 풀꽃도 꽃이라는 생각에 결국 소설가인 제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선진국을 추격하며 급진적인 경제 성장에 몰두하면서 인간을 기능화, 기계화시켰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문학을 해왔고, 문학의 근본은 휴머니즘”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 탓인지 최근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유지’ 발언으로 공분을 산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의 99%가 개·돼지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그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일 겁니다. 옛날 양반들이 백성 위에 군림해 세금도 안 내고 군대도 안 갔습니다. 그런 조선은 결국 망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람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 전체 분위기가 그 따위였을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당사자 파면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그런 사람을 고위직에 임명한 장관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작가는 교육 문제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고졸과 대졸의 임금격차를 독일 같은 선진국처럼 크게 줄일 것을 제안했다. “그런 게 안 되니 교육공무원이 우월자적 입장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닌가요.”

그의 제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은 그런 사회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현실성이 없다는 것은 무책임, 혹은 습관화된 현실론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소설은 전교생의 성적을 복도에 붙이는 교장, 무너진 공교육 속에서 신념을 지키는 혁신적인 국어교사 강교만을 두 축으로 절망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을 그려가고 있다. 혁신학교, 대안학교 등 교육실험도 담고 있다.

작가는 차기작에 대해 “개·돼지 같은 국민이 국가가 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가란 무엇인지에 관한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