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은 군사독재시절 조작된 공안·시국사건 등 과거사 사건에서 흔히 본다. 일반 형사사건에선 재심 재판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유죄로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판결을 뒤엎을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재심은 사법부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근데 최근 재심 결정이 잇달아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재심 재판은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2000년).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시비 끝에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당시 16세의 최모씨가 10년간 옥살이했다. 하지만 최씨가 불법체포·감금 등을 당한 데다 새 증거가 확보돼 재심이 확정됐다. 지난달 광주고법에서 재심 첫 공판이 열린 이 사건은 영화로도 제작된다. 정우·강하늘 주연의 영화 ‘재심’(가제)이 그것이다. 친부 살해 혐의로 16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39·여)씨 재심도 지난해 11월 결정된 바 있다.
검·경 부실 수사로 논란을 빚은 ‘전북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재심도 엊그제 확정됐다. 전주지법의 재심 개시 결정(8일)에 대해 검찰이 11일 항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1999년 발생했다. 삼례 동네 청년 3명은 나라슈퍼에 침입, 유모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하고 금품을 뺏은 범인으로 몰렸다. 이들은 길게는 근 6년의 징역을 산다. 그 사이 반전이 거듭된다. 9개월 뒤 부산지검이 ‘부산 3인조’를 체포해 자백을 받고 전주지검으로 넘긴다. 하지만 삼례 3인조를 구속했던 검사는 부산 3인조를 무혐의 처분한다. 근데 웬걸, 부산 3인조의 이모씨가 올 초 자신이 진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할 줄이야.
진실 규명이 17년 만에 이뤄지게 됐다. 누명을 벗을 길이 열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인생은 엉망진창이 됐다. 경찰은 물론 수사검사 잘못이 크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고 사죄해야 할 당시 수사검사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으니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박정태 논설위원
[한마당-박정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의 재심
입력 2016-07-12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