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골프 종목에 세계 톱랭커들이 줄줄이 불참한다.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골프가 결국 반쪽짜리 대회가 되게 생겼다. 불참하는 골퍼들은 모두 지카바이러스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반면 출산 때문에 지카바이러스에 더 조심해야 할 여자 골퍼들은 대부분 출전을 강행한다.
국제골프연맹(IGF)은 12일(한국시간) 리우올림픽 남녀 골프 출전 명단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국가 당 최대 4명, 남녀 각각 60명의 선수들이 뽑혔다.
남자부에서는 톱랭커들이 대거 결장한다. 최종 명단이 확정되기 직전 세계랭킹 3위 조던 스피스(미국)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제이슨 데이(호주·1위), 더스틴 존슨(미국·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4위) 등 남자 세계랭킹 1∼4위가 모두 빠지게 됐다.
미국은 5위 버바 왓슨과 7위 리키 파울러, 13위 패트릭 리드, 15위 맷 쿠차가 나선다. 영국은 올 시즌 마스터스 챔피언 대니 윌렛(9위)과 저스틴 로즈(11위)가 나선다. 스페인은 세르히오 가르시아(12위)와 라파 카브레라 베요(28위)가 출격한다. 한국에서는 김경태(41위)가 빠지고 안병훈(31위)과 왕정훈(76위)이 출전한다.
불참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부득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는 “장래에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기 때문에 지카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명거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큰 명성을 쌓았고, 상금이 없는 올림픽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속내 때문이다. 실제 올림픽 전후로 대형 대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달에만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이 한 주 걸러 열린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페덱스컵이 개최된다.
올림픽에 적용되는 엄격한 도핑 테스트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도핑테스트에 부정적이었다가 여론에 떠밀려 2008년에야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타 종목에 비해 검사가 소극적인 데다 스타급 선수에겐 관대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반면 여자 골프는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세계랭킹 3위 박인비가 손가락 부상 악재를 딛고 출전한다. 최강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미국은 렉시 톰슨(4위), 스테이시 루이스(9위), 제리나 필러(15위) 등 3명이 나선다. 세계랭킹 1, 2위인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브룩 헨더슨(캐나다), 아리야 주타누간(태국·7위), 펑샨샨(중국·13위),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11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18위) 등 현재 여자 골프를 주름잡는 선수가 모두 나온다.
지카바이러스는 남성보다 가임기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남자부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여자 골퍼들이 올림픽에 줄을 서는 것은 남자 골퍼와 달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남자골프(PGA)에 비해 상금액이 형편없이 적다. 펑샨샨은 “LPGA가 아직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TV에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올림픽은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PGA 톱랭커들 “리우올림픽 관심없어요”
입력 2016-07-12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