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교회-동두천 동성교회] 열정적 예배·비전트립… 청년을 세우니 교회가 살아났다

입력 2016-07-12 20:32
김정현 경기도 동두천 동성교회 목사와 청년들이 지난 10일 청년예배 후 한자리에 모였다. 청년들은 자체 예산을 운용하며 젊은이 예배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청년부는 2012년 청년부 핵심 리더 중심의 교회를 분립·개척시켰다. 동두천=김보연 인턴기자
예배시간에 열정적으로 찬양을 하고 있는 동성교회 청년들. 동두천=김보연 인턴기자
동성교회 전경
김정현 동성교회 목사
10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동두천 상패로 동성교회. 청년예배가 열리는 1층 예배실은 소극장처럼 어두웠다. “성령이 불타는 교회 성령의 불꽃 임하네!” 150여명의 청년들은 15명의 찬양팀과 함께 빠른 비트의 CCM을 불렀다.

가슴을 쿵쾅쿵쾅 울리는 베이스기타와 드럼소리, 불그스레한 간접 조명은 홍대클럽 분위기였다. 콘서트 현장처럼 신시사이저와 전자기타, 드럼, 베이스기타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들어맞았다. 동두천 인구는 10만명도 안 되지만 서울의 대형교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열정적인 청년예배였다.

타이트한 정장 차림의 신인철 부목사가 등단해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인생의 ‘겨울’을 맞이한다”면서 “인생의 황금기인 청년의 때에 하나님을 더 가까이 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헌금시간에 ‘유럽 비전트립을 통해 큰 은혜를 받았다.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감사제목이 수십 개나 쏟아졌다.

동성교회 청년 32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4일까지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을 순방하는 11박12일짜리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청년들은 교회의 지원으로 한 해는 해외를 순방하는 비전트립을, 한 해는 선교지를 순방하는 선교여행을 다녀온다. 교회는 청년들의 항공료를 지원하고 청년들은 체류경비만 낸다.

이영선(35·여)씨는 “청년들이 10일 넘게 해외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동두천에 있을 때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면서 “이런 문화적 충격이 ‘우물 안 개구리’의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고 말했다. 김수린(27·여)씨도 “청년들은 출국 몇 달 전부터 워십댄스팀과 태권도팀, 미용팀을 꾸리고 합숙을 하면서 선교준비를 한다”며 “그렇게 수년간 선교여행과 비전트립을 다녀오면서 ‘철저한 팀워크와 기도로 준비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동성교회 청년부는 자체 헌금으로 2억5000여만원의 예산을 직접 운용한다. 2012년에는 주요 리더를 중심으로 인근에 비전교회도 개척시켰다. 이다혜(24·여)씨는 “2명밖에 없던 청년부가 200명이 넘는 규모로 커졌던 비결은 철저하게 헌신했던 선배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교회를 개척한 선배 리더들은 우리에겐 ‘전설’로 불린다”고 귀띔했다. 김꽃별(30·여)씨도 “청년부를 이끌던 교회 리더들이 교회를 개척할 때 많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만큼 신앙적으로 성숙하게 됐다”며 웃었다.

이처럼 동성교회 청년부가 폭발적으로 부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교회의 전폭적 투자와 후원, 담임목사의 확고한 청년중심 목회 철학에 있다.

오정민(31)씨는 “교회 어르신들께는 죄송할 정도로 담임목사님이 청년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이던 동성교회가 2002년 담임목사님 부임 이후 급성장했던 것도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어르신들의 중보기도 덕택”이라고 설명했다.

음향 악기 공간 재정 등에서 동성교회의 최우선 순위는 청년이다. 청년들은 대전, 인천, 경기도 화성에서도 매주 교회를 찾는다.

한안술(66) 장로는 “동두천은 교육·직장 때문에 의정부나 서울로 젊은층의 유출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라면서 “그런데 담임목사님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겠다며 부임 첫해 150만원에 불과하던 청년부 예산을 15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회고했다. 한 장로는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당회원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들이 몰려들고 성도들의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나이든 성도들도 40% 이상이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동두천에만 머물던 시각을 과감히 탈피해 지금은 ‘3000명 성도, 500명 청년’의 비전을 꿈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혜란(46·여) 권사도 “청년부가 이렇게 부흥한 비결은 기도의 골방에서 청년들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는 어른들이 있었고 초·중·고등부에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켰기 때문”이라며 “중·고등부 학생들 사이에선 빨리 커서 청년부에 올라가고 싶다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부는 7개 공동체와 그 밑에 각각 4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청년들은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경로잔치와 효도관광을 진행할 정도로 다양한 사역을 펼친다. 권일(49) 청년부장은 “동성교회에 청년들이 많은 것은 교회 안에 독립적으로 예산을 책정·집행하는 젊은이 교회가 있고 거기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라며 “청년들도 책임감 있게 장년세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동성교회 목사

선교여행으로 동기 부여, 교회 사랑하는 마음 저절로…


“교회 지원으로 청년들이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비전트립을 다녀오면 동두천에만 머물던 사고가 한순간에 바뀌게 됩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 제자훈련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죠.”

2002년 200명 수준이던 동성교회가 13년 만에 출석교인 2000여명의 교회로 급성장한 비결은 김정현(56) 목사의 청년·교육중심 목회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8차에 걸친 비전트립·선교여행, 4차의 성지순례를 통해 성도들의 감각은 ‘국제화’ 되고 있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시각을 내부에서 해외로 향하면서 과거의 편협한 사고와 보이지 않던 텃새 등을 과감히 버리더라”면서 “선교여행 전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 중심, 선교지향적 가치관을 갖게 되는 효과도 나타났다”고 귀띔했다.

서울 광성교회, 방주교회 등에서 20년 이상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김 목사는 교회에서 영적 공급·재충전 없이 헌신해야 하는 청년과 부교역자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김 목사는 “그때 교회를 담임하게 되면 청년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교회 예산의 최우선 순위를 청년들에게 두겠다고 다짐했다”면서 “2012년 청년부 핵심리더를 주축으로 비전교회를 개척시킨 것도 성경적 원리에 따라 공동체를 분가하고 헌신하는 부교역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당시 청년 리더 82명 중 60명이 교회개척에 합류했다”면서 “첫해 청년부의 인력·재정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3년 만에 원상태로 회복됐다. 마치 헌혈을 하면 새로운 피가 생기듯 그렇게 교회의 건강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동성교회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의 개척 교회는 현재 부교역자까지 둔 자립교회가 됐다.

동두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