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차기 영국 총리 메이, 이민 정책 강경… 실용주의 추구 ‘제2대처’

입력 2016-07-11 21:49 수정 2016-07-11 23:39
영국 보수당 소속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버밍엄에서 열린 차기 당대표 겸 총리 선거를 위한 캠페인 출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 보수당의 당대표 겸 차기 총리 경선에서 안드레아 레드섬(53)이 11일(현지시간) 물러나면서 테레사 메이(59) 내무장관의 총리직 승계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BC방송에 따르면 보수당 경선위원회는 조만간 메이를 부전승자로 승리를 선언해 차기 총리로 확정짓거나 아니면 지난 7일 2차 경선 때 탈락한 마이클 고브(49) 법무장관을 다시 경선에 참여시켜 9월 8일까지 경선을 이어갈지를 결정하게 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보수당은 메이와 레드섬 둘을 놓고 12만5000명의 당원이 9월 8일까지 우편투표를 통해 이튿날 차기 총리를 확정해야 했다.

하지만 고브가 다시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압도적 지지를 얻은 메이를 역전시키기는 역부족이다. 2차 경선 때 메이는 보수당 의원 32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99표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반면 고브는 46표로 3위에 그쳤다. 당시 2위를 한 레드섬이 얻은 표는 84표였다. 레드섬과 고브는 지난달 23일 실시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주장했다. 따라서 ‘탈퇴표’가 결집되더라도 메이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레드섬은 사퇴하면서 고브가 아닌 메이를 지지해 달라고 밝힌 상태다.

레드섬이 경선을 포기한 최대 이유는 ‘설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8일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메이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내가 총리직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이 일었다. 레드섬은 이에 대해 사과했지만 유권자들부터 엄청난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벌써부터 ‘제2의 대처’로 불리는 메이는 ‘실용주의적 개혁가’ 성향의 정치인이다. 영국 남부의 이스본에서 성공회 신부의 딸로 태어난 메이는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과 자금이체 제도 개발을 위해 설립된 금융단체 영국지불교환협회(APACS)에서 근무했으며 1997년 런던 서부 버크셔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예비내각에서 문화·교육을 담당했고 2010년 보수당 집권 이후 지금까지 내무장관을 맡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자 기사에서 메이에 대해 ‘자유주의적 현대화주의자’ ‘이민정책 강경파’ 등 복잡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핵심은 실용주의자라고 분석했다. FT는 “앙겔라 메르켈과 마찬가지로 이념(이데올로기)은 메이의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1980년 필립 메이와 결혼해 36년째 결혼생활을 유지해 오고 있다. 대학시절 동문인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는 없고, 요리책을 100권 이상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요리하기를 매우 즐긴다. BBC에 따르면 독특한 패턴이나 디자인의 신발을 사랑하는 취향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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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