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망언’ 나향욱 “본심 아니었다… 와전됐다… 죽을 죄” 횡설수설

입력 2016-07-12 00:05
막말 논란을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뒤쪽)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뒤늦게 참석해 이준식 교육부 장관 뒤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이동희 기자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공고히 해야 한다” 등 발언으로 공분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했다.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나 기획관은 이날 경남 창원시 본가에 내려가 있었다. 교육부는 “나 기획관의 심신이 (국회) 출석하기 어려운 상태라 본가에 내려가 요양 중”이라며 불출석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교문위 의원들은 나 기획관의 출석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 대상 2015회계년도 결산 심사를 거부하며 교육부를 압박했고, 결국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 기획관과 당시 술자리에 배석했던 이승복 교육부 대변인 등을 불러올렸다.

나 기획관은 앞머리가 흐트러지고 옷매무새도 가다듬지 못한 채 회의장에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이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강하게 추궁하자, 나 기획관은 횡설수설하며 울먹였다.

나 기획관은 “본심이 아니었다” “뜻이 잘못 전달됐다” “술 취해 발언을 기억 못 한다” 등 책임회피성 발언을 계속했다. 이 부총리는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나 기획관에 대한 중징계를 예고했다.

나 기획관은 국회에서 ‘개·돼지 발언’은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이 취중에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향신문 기자들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얘기하다가 (국정화) 고시 후에 여론조사 결과가 바뀌는 걸 보고 언론이 여론을 조정한다는 생각이 들어 대사를 인용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취중 발언이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한다”고 비판했다. 나 기획관은 “1%가 99%를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비극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도 위선” 등 발언들을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오보라면 법적 대응하라’는 의원들의 주문에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횡설수설했다.

나 기획관은 “기사와 댓글을 보고 제가 잘못했구나 정말 죽을죄를 지었구나 생각했다”며 울먹였다. 또한 세계은행 재직 당시 월급으로 1만1000∼1만2000달러라는 고소득을 올렸으며, 이 돈이 결국 국민 혈세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부총리는 “국민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 철저히 조사해 중징계를 포함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중징계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파면·해임·강등·정직 등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서울남부지검은 ‘나 기획관을 모욕 혐의 등으로 처벌해 달라’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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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