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해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개헌세력’이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면서 일본 정치권이 개헌 정국에 본격 돌입하는 모양새다. 선거 직전까지 개헌의 ‘ㄱ’자도 꺼내지 않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이제는 미래를 위해 (헌법의) 어떤 조문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아베 총리는 11일 최종 개표결과를 보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이 마련한 개정안을 바탕으로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논의를 주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자민당 개정안은 자민당이 야당 시절 마련한 것이다.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변경하는 것을 비롯해 일본의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를 정면 부정하는 내용이다. 재난이나 전시에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긴급사태 조항’ 마련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아사히신문은 “1956년 선거 이후 자민당이 헌법을 못 고치게 야당이 쌓은 3분의 1 정족수 벽이 60년 만에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참의원 선거 최종 개표결과 자민·공명당과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개헌에 찬성하는 4개 정당은 선거대상 121석 가운데 77석을 확보했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의석(비개선의석) 84석을 합하면 개헌파 4당이 참의원에서 확보한 의석은 전체 242석 가운데 161석이다. 무소속 의원 가운데 개헌 지지 성향으로 알려진 3명을 합치면 개헌 찬성 의원은 164명으로 개헌안 발의 정족수인 162석(전체 의원의 3분의 2)을 넘는다.
이미 중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연립여당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는 점화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 앞서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를 총리관저로 불러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개헌 논의가 진전되도록 협력을 구했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순탄히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발의돼도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지 않으면 부결되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이 선거 당일 공개한 출구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아베 정권 하에서의 개헌’에 반대했다. 찬성은 39.8%에 불과했다.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정책)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는) 아베노믹스를 더욱 가속화하라는 강력한 신임”이라며 “제대로 내수를 뒷받침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대담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선거 승리를 축하할 시간이 없기에 당장 내일(12일) 경제재생담당상에게 새 경기부양 조치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산물 수출을 늘리고 연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경기부양 기대감에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8일 대비 601.96포인트(3.98%) 급등한 1만5708.82로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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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60년 장벽 넘은 아베 “개헌 논의” 불 지폈다
입력 2016-07-12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