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변수가 불거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드 배치로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무역 제재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마늘 파동과 달리 통상 환경이 바뀌어 중국의 직접적 경제보복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마케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이나 유통업계, 중국 현지에서 사업에 착수하려는 업종의 경우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출의 4분의 1 중국에 의존
경제계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반응에 민감한 이유는 우리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 세계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9.7%에서 지난해 22%로 높아졌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대외여건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미국 경제가 1% 포인트 성장할 경우 우리 경제는 0.1% 포인트 올라가지만 중국이 1% 포인트 오르면 국내 성장률 견인 효과가 0.3% 포인트로 3배 정도 우위를 나타냈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가 감기에 걸리는 경제구조다.
중소기업·유통·자동차 초비상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가장 민감한 곳은 지난달 중국 배터리 인증에서 탈락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다. 지난달 중국 당국이 발표한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에서 탈락한 LG화학과 삼성SDI는 8∼9월로 예상되는 다음 인증도 통과하지 못할까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탈락 요인은 ‘서류 미비’이지만 당시에도 사드 참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국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한국의 사드 결정 발표가 나오면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영업 차질이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 실제 중국의 장화이(江淮)자동차가 지난달 말부터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 생산을 중단한 점은 심상치 않다. 배터리 인증 탈락으로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우려에 따른 잠정 생산중단이라는 분석이지만 사드 문제와 맞물려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의존도가 높고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있는 업종들은 이번 사드 사태로 반한 감정이 불붙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K뷰티 화장품 업계는 11일 “중국 정부가 한국 화장품 수출 물량에 대해 허가를 지연하거나 통관을 보류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다각적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전체 전자상거래 중 42.2%가 중국에서 이뤄지는 중소기업계도 사드 사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화장품, 건강식품, 의료기기 등 주요 수출 품목들은 까다로운 중국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이 필요한데 사드 사태로 인증 문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대부분 해외 수출 전담인력이 따로 없는 창업기업은 인증 업무 자체가 벅찬 상태여서 인증 기준 강화 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특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면세점들도 걱정이 만만찮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로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서면 유커들의 한국 방문이 줄어드는 등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점차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드 불똥으로 판매 실적이 꺾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방산업계는 수혜 가능성
IT업계 등 중국이 고속성장과 산업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업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우리 회사 부품으로 모듈을 만드는 등 상호 윈-윈 성격이 강해 수입선을 바꾸거나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중국 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안보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항공우주 및 국방산업 관련 업체들에게는 유리한 환경”이라고 밝혔다.
시장 안정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서라도 중국 의존도를 줄여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중국을 거쳐서 세계시장에 내다파는 시스템이 굳어지다보니 사드 분쟁에 따른 중국의 제재 가능성에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라며 “중국을 통한 가공무역을 줄이는 등 장기적으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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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김유나 정현수 박세환 최예슬 기자
swkoh@kmib.co.kr
中경제보복 땐 어떡하나… 기업들, 사드發‘포비아’
입력 2016-07-1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