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9전당대회가 결국 계파 대결의 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히면서다. 단 서 의원 주변에서 “합의추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만류하는 의견도 많아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당대표 후보들로는 난파 직전의 새누리당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게 밑바닥 여론”이라며 “서 의원도 당이 잘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8선 의원에 당대표를 이미 한 사람이 왜 까마득한 후배들과 경선을 해 모양새를 구겨야 하느냐”며 “경선에서 이긴다한들 경합했던 세력이 등을 돌리면 당 수습은커녕 또다시 허송세월만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전날 저녁 서 의원을 만나 “합의추대가 아니면 미련 가질 이유가 없다.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있으니 상황을 보고 결정하시라”고 조언했고 서 의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다른 측근은 “일반 여론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는 또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과거로의 회귀’라는 부정적 시선 때문인데, 투표권이 있는 당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는 얘기다. 서 의원 출마에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말까지 더해지면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 의원이 2013년 10월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이듬해 7·14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도 당에선 박심 논란이 일었었다. 공교롭게도 당권 도전을 저울질해 왔던 친박계 원유철 의원은 이날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했다. 원 의원은 “자숙과 성찰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당대표 도전 의사를 내비쳤던 홍문종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 얘기가 나온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지역구에 머물렀다. 몇몇 의원들은 서 의원이 이번 주엔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미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주자들은 서 의원을 집중 겨냥했다. 친박 비박(비박근혜) 가리지 않았다. 이주영 의원은 PBC라디오에 출연해 “친박 좌장으로 알려져 있는 분이 나오면 공천과정 때의 계파 싸움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정병국 의원은 KBS라디오에 나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분이 다시 나오는 것도 안 맞고 계파 청산하자면서 어떤 계파의 추대를 통해 나온다는 것도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면 역할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던 나경원 의원은 불출마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한 비박계 의원은 “나 의원의 다음 목표는 서울시장”이라며 “원내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지 얼마 안 돼 당대표 경선에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이번에 또 낙선하면 정치적 타격이 크다는 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비박계 후보들은 김무성 전 대표와 만나 단일화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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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기자 jhk@kmib.co.kr
‘朴心’ 얘기도 있고… 서청원, 당권 출마에 무게
입력 2016-07-11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