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일 울름시립극장 수석지휘자 지중배 “유럽서 차곡차곡 경력 쌓았죠”

입력 2016-07-12 18:33 수정 2016-07-13 01:19
지난해 독일 울 름시립극장 수석지휘자로 부임한 지중배. 오는 15일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본선 지휘를 시작으로 10월까지 4차례 한국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곽경근 선임기자

클래식계에서 지휘자는 소수에게만 허락된 자리다. 특히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의 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는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지중배(34)는 한국 지휘자로는 드물게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왔다. 2012년부터 독일 트리어시립극장 수석지휘자 겸 부음악감독으로 활약하다 지난해 독일 울름시립극장 수석지휘자로 옮겼다. 그가 오는 15일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본선 지휘를 맡아 한국에 돌아왔다.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독일 오페라극장은 한국과 달리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가 번갈아가며 계속 공연된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지휘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협업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임헌정을 본 뒤 지휘자의 꿈을 꿨다. 서울대 음대에 진학해 임헌정의 지도를 받은 뒤 2008년 독일로 유학가 만하임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그가 독일 음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2년 1월 독일음악협회 주최로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제4회 독일 오페레타 지휘자 대회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하면서부터다.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그는 당시 부상으로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의 2012∼2013년 객원지휘자 자격을 부여받았다.

그는 “동양인에게 장벽이 많이 낮아진 오페라와 달리 오페레타는 아직도 민족적 색채가 강하다. 오페레타는 우리로 치면 신파극에 해당한다. 그래서 내가 우승했을 때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면서 “하지만 그 덕분에 독일에 많이 알려진 것 같다. 트리어시립극장의 러브콜을 받은 것도 이 우승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울름극장은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시립극장이다. 1641년 설립됐으며 거장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도 5년간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공연의 질과 양 면에서 내실있는 극장으로 꼽힌다. 그는 올 상반기 극장 업무 외에 그의 은사인 클라우스 아르프의 갑작스런 타계로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다.

그는 “대학에서 교수직에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지휘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선 어렵다고 생각해 거절했다”면서 “이번 학기 극장과 대학을 바쁘게 오가면서 내가 무대를 사랑하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특히 이번 시즌 ‘로엔그린’으로 바그너 오페라에 데뷔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10월까지 매달 한국에 와야 한다. 오는 15일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본선 지휘를 시작으로 8월 5일 부천필, 9월 22일 부산시향, 10월 5일 성남시향의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한국 무대에 자주 서게 됐다. 음악가라면 어디에서 연주하든 똑같다고 말하는 게 정답이겠지만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