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도 극장가는 뜨거워진다. 7∼8월 최대 성수기에 맞춰 주요 배급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텐트폴 무비’(한 해 라인업에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영화)가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다.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장르는 크게 두 가지, ‘재난’과 ‘역사’다. 재난 상황에 놓인 인간의 본성을 다룬 ‘부산행’ ‘터널’,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가 관객을 기다린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연이어 천만 기록을 깬 지난해보다는 다소 라인업이 약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작품의 독창성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공유, 하정우, 이정재, 그리고 손예진이 차례로 나선다.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주목된다.
생각만 해도 아찔, 영화라서 다행인 이야기
우리나라에도 ‘본격’ 좀비물이 등장했다. 여러 작품에서 시도된 적 있지만 고예산 상업영화로는 처음이다. 오는 20일 개봉되는 부산행(투자·배급 NEW)은 좀비 바이러스가 전국을 뒤덮은 재난 상황에 부산행 열차를 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데뷔작 ‘돼지의 왕’(2011)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이 내놓은 첫 실사영화다. 앞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연배우 공유는 “이 작품에는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내치거나 지켜야하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생생하게 담겼다”고 소개했다.
하정우는 또 한 번의 ‘극한 원맨쇼’를 펼칠 예정이다. 다음 달 10일 개봉되는 터널(쇼박스)에서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 평범한 가장으로 등장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 ‘더 테러 라이브’(2013)와 비교된다.
긴박감 넘치는 연출도 기대된다. ‘끝까지 간다’(2014)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요즘 ‘생명’이라는 키워드가 너무 간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며 “느닷없이 재난을 맞닥뜨린 사람들과 그들이 서있는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뭔가 새로운 이야기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인천상륙작전에만 집중한 작품은 흔치 않다. 인천을 탈환하기 위해 벌인 치밀한 첩보전을 이재한 감독이 스크린에 구현해냈다. 실제 사건이 전세를 뒤집은 분수령이었던 만큼 극적 긴장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상륙작전(CJ엔터테인먼트)은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맥아더 장군 역)의 출연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리암 니슨이 내한했다. 국내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를 높인다. 이정재는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 역을, 이범수는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아 첨예하게 대립한다.
치열한 8월 대전에 출사표를 던진 유일한 여성 원톱, 손예진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롯데엔터테인먼트)를 연기했다. 영화에는 덕혜옹주의 일생뿐 아니라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가와 그 시대의 아픔이 한 데 녹아있다. 손예진은 “전 세대가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라며 “손자와 할머니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등 멜로에 일가견이 있는 허진호 감독이 역사에 손을 뻗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38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덕혜옹주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7∼8월 극장가 한국영화, 역사극에 빠져볼까… 재난 공포 느껴볼까
입력 2016-07-12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