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에 빠진 TV에 질렸다면, 이런 드라마들은 어떨까. 시청률은 로맨스 드라마보다 저조하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 받으며 마니아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장르물 드라마들이다.
드라마마다 다루는 사건도 심상찮다. 연쇄살인사건(KBS ‘뷰티풀 마인드’), 유괴사건(SBS ‘원티드’), 고액체납자를 상대로 하는 세금 징수용 사기사건(OCN ‘38사기동대’), 검찰과 재계가 얽힌 부패사건(tvN ‘굿와이프’) 등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월화: 병원 연쇄살인사건 ‘뷰티풀 마인드’
‘뷰티풀 마인드’는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현성병원에서 환자와 의사가 차례로 숨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사건의 중심에는 영리병원 문제,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의료윤리 문제 등 우리 사회에 직면한 굵직한 이슈가 개입돼 있다.
드라마를 이끄는 인물은 사이코패스면서 천재 신경외과 의사인 이영오다. 공감능력은 없으나 오랜 훈련으로 타인의 눈빛, 몸짓, 맥박, 미세한 표정변화를 읽어내 상대의 감정을 거의 완벽하게 추측해내는 캐릭터다.
이영오 역을 맡은 장혁의 빼어난 연기도 화제다. 사이코패스 성향과 다중인격적인 모습까지 수많은 얼굴을 가진 인물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내면서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수목: 톱스타 아들 유괴사건 ‘원티드’
‘원티드’는 톱스타 정혜인의 아들 송현우가 유괴되면서 시작된다. 유괴범은 ‘10일 동안 리얼리티 생방송에서 미션을 수행해내면 아들을 무사히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시청률은 20%를 넘어야 하고, 매번 충격적인 미션이 떨어진다.
‘원티드’는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리얼리티 방송의 선정성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유괴범이 요구하는 미션들은 아이들을 둘러싼 범죄에 대한 응징의 연장선상에 있다. 방송윤리와 아동인권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김아중(정혜인 역), 시청률에 영혼을 판 스타 PD 엄태웅(신동욱 역), 가정폭력의 아픔을 딛고 열혈 형사가 된 지현우(차승인 역) 등 배우들의 호연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빠른 전개, 유괴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 등으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금토: 세금 받아내는 사기꾼들 ‘38사기동대’
OCN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인 ‘38사기동대’는 통쾌한 액션 사기극이다. 금∼토요일 밤 11시 방송인데도 4%대로 높은 시청률이 나온다. 마동석(백성일 역), 서인국(양정도 역) 등 배우들의 열연, 감각적인 연출, 빠르게 이어지는 스토리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는 명료하다. ‘악덕 고액체납자가 납세의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의 그물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고액체납자들 앞에서 꼼짝도 못 하는 공무원들 대신 사기꾼들이 힘을 모았다. ‘사기를 쳐서 고액의 체납 세금을 납부하게 한다’는 사고의 전환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극중 서원시청 세무과의 체납세금 징수 장면은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대한 충실한 취재의 결과물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으나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서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체납 세금 징수 사기 행각’은 “영화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날 다른 시간대에 방송되는 ‘굿와이프’도 본격 법정드라마다. 검찰과 재계의 부패 사건과 온갖 형사사건들이 다뤄진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
로맨스에 빠진 TV에 질리셨나요? ‘웰메이드’ 장르물 드라마 인기몰이
입력 2016-07-12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