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 어려울 정도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다. 한국교회의 대북 지원 및 통일준비 사역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탈북민 섬김 사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탈북민 출신 목회자와 탈북민 사역 목회자, 학자들로부터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탈북민 선교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탈북민 인재 양성, 성과 더뎌도 꾸준하게=탈북민 출신 1호 목회자인 강철호 서울 새터교회 목사는 “탈북민들은 복음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과 주권을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전도가 쉽지 않으며 통일 후 북한동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을 전심으로 하나님을 믿는 ‘수준 있는 일꾼’으로 양육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사명”이라며 “이를 위해 교회를 통해 성공한 탈북민들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탈북민 신학생과 목회자들을 하나의 본으로 세워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많은 탈북민들이 주변에서 신학공부를 하거나 목회하는 탈북민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며 “각 교단에서 탈북민 모델교회를 세우고, 준비된 탈북민 목회자를 양성해 파송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시 탈북민 출신 목회자인 마요한 서울 새희망나루교회 목사는 “탈북민은 남한에서 훈련을 받아 그들의 고향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며 “단순히 북한과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북한선교에 대비하는 한 사람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한 성도들, 삶으로 모범 보여야=탈북민 사역을 하는 목회자들은 탈북민들이 남한의 성도들을 신앙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데 동의했다. 하광민 생명나래교회 목사는 “탈북민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기 힘들어하며 대신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이런 체험적 신앙을 선호하기 때문에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이 신실한 믿음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남북한 성도들의 교제와 화합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남서울은혜교회 목사는 “남한 성도들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탈북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삶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은 하나원에서 수료하고 나오면 첫날을 혼자 지내야 하는데 대부분 이때 가장 외로워하며 공포감까지 갖기도 한다”며 “성도들이 이들을 찾아가 친구가 돼주면 건강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복음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등 제3국에서의 선교 중요=2011년 탈북한 이모(45)씨는 중국에 머물 때 공안에게 체포될 뻔했지만 한 중국인 목사가 피신처를 제공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도와준 이유를 묻자 그 목사는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큰 감동을 받았고, 이후 교회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안란희(서울 성은교회) 전도사의 감리교신학대 석사논문 ‘탈북민들의 기독교신앙과 목회사역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거주 중인 기독교인 탈북자 대부분은 탈북 후 중국에서 교회의 도움을 받았으며 이것이 기독교 입교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도사가 국내 거주 중인 기독교인 탈북자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9명(70%)이 중국 체류 중 교회를 접했고, 신변보호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안 전도사는 “탈북 후 중국에서 선교사들을 만나 신앙을 갖게 된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도 건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교회가 탈북민 사역에서 제일 중시해야 할 부분이 중국 등 제3국에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탈북민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각도에서의 탈북민 지원 필요=임창호 고신대 교수는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와 사회의 여러 기관이 연계해 탈북민 교육을 해야 한다”며 “탈북민들이 직접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회, 기독교단체의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연구원 교수는 “북한주민들의 대량 탈북에 대비해 교회 차원의 긴급구호자원봉사단을 창설하는 등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긴급한 상황에서 교회가 탈북민들과 협력해 일사불란하게 구호에 나서면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교회의 사회적 지지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김아영 기자 Isaiah@kmib.co.kr
[통일의 마중물, 탈북민 제대로 품고 있나] 하나님 일꾼으로 세워 北 복음화 감당하게…
입력 2016-07-11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