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똑같은 역·한정된 틀 깨보려 도전을” [인터뷰]

입력 2016-07-12 21:27 수정 2016-07-12 22:55
코미디 영화 ‘봉이 김선달’의 주연 배우 유승호. 대동강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사기극을 그린 이 영화는 12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서영희 기자

영화 ‘집으로…’(2002)의 철없던 꼬맹이가 어느새 늠름한 남자가 됐다. 학창시절부터 군 입대와 제대까지 온 국민이 지켜봤다. “참 잘 자랐다”고들 입을 모은다. 수많은 아역 출신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는 배우, 유승호(23)다.

유승호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2013년 3월 극비리에 입대했다. 군에서 신병교육대대 조교로 복무한 그는 2년 새 한층 성숙해져 돌아왔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 또한 더 간절해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승호는 “2년여 동안 일을 쉬면서 작품 욕심이 커졌다. 욕심을 부리다 보니까 지난해에만 네 작품을 했더라”며 웃었다.

제대 이후 부지런히도 움직였다. 드라마 ‘상상고양이’ ‘리멤버’, 영화 ‘조선마술사’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났다. 이번에는 코미디다.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생애 처음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사기꾼 김선달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사실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그리 넓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매번 똑같을 수도, 한정적일 수도 있죠. 그동안 우울하거나 어두운 역할을 주로 했던 게 사실이에요. 이번에는 그런 틀을 깨보고 싶었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난 뒤 한결 유연해진 생각과 태도가 도움이 됐다. 유승호는 “군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낸 선임들이 ‘네가 편하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며 “그 말을 듣고 많은 반성을 했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누구를 만나면 최대한 밝게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생일 때부터 광고모델로 활동한 유승호는 어릴 적 친구들과 뛰논 추억이 별로 없다. 촬영장에서의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주변에는 항상 어른들 뿐이었으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던 해 1월 1일 0시 편의점에 달려가 맥주를 샀고, 첫 투표한 날 누구보다 기뻐했다.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삶은 성인이 된 지금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부러워할 ‘개념 연예인’ 이미지도 본인에게는 짐이다. “저도 분명히 실수할 때가 있을 텐데 그런 이미지로 인해 더 나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쟤 지금까지는 다 연기였구나’ 생각하실 지도 모르고요. 좋은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화내고 싶을 때 화도 못 낸다. 그럼에도 유승호가 계속 연기를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 한 사람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즐겁잖아요.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남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면 덩달아 저도 행복해지거든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