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드라마가 왔다. ‘칸의 여왕’ 전도연을 11년 만에 TV로 불러들인 드라마다. 연기파 배우 유지태 윤계상 김서형 등의 가세로 출연진의 무게감도 상당하다. 미국드라마 원작을 리메이크했는데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적절히 다뤄 짜임새 있게 만들어냈다. tvN 새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얘기다.
‘굿와이프’ 1∼2회는 11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전도연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전도연은 지금껏 없었던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 김혜경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김혜경은 사법연수원 졸업 직후 유지태(이태준 역)와 결혼해 15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인생의 급물살을 타게 된 인물이다. 잘 나가던 검사 남편의 성스캔들이 대대적으로 보도 되고, 남편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다. 이후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김혜경은 연수원 동기가 운영하는 로펌에 들어가면서 유능한 변호사로 거듭나게 된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전형적으로 그려진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명랑하거나, 지고지순하거나, 욕심 사납고 악독하거나, 당차지만 슬픔을 감추고 있거나 하는 식이다. 하지만 전도연이 맡은 김혜경의 캐릭터는 훨씬 입체적이다.
전도연은 남편의 성스캔들로 겪게 되는 배신감과 고통, 15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일을 시작하게 된 워킹맘의 혼란, 사법연수원에서 천재 소리를 들었으나 15년의 공백을 이겨내야 하는 신입 변호사의 패기 등을 넘나들면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김혜경은 평온했던 삶이 급격하게 달라지면서 수시로 표정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15년의 공백에도 골치 아픈 형사사건을 무죄로 이끌어낼 정도로 유능한 변호사지만 갑작스레 겪게 된 사회생활에서 다소 어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 장면 안에서 노련함과 어리숙함이 순식간에 교차되기도 하는데, 전도연은 그 변화를 절묘하게 표현해낸다.
1∼2회는 미드 원작에 최대한 충실했다. 전도연이 극의 전반을 이끌었지만 유지태, 윤계상(서중원 역), 김서형(서명희 역), 나나(김단 역) 등 주·조연 배우들도 힘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세련된 연출,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 색감 등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본격 법정드라마다보니 시청률 성적은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2회 시청률은 3.8%(닐슨코리아 제공)였다.
‘굿와이프’ 리메이크를 담당하고 있는 CBS 컨설턴트 제랄드 사노프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 잡중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잘 살려냈는데, 전략적으로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리뷰-드라마 ‘굿와이프’] ‘칸의 여왕’ 존재감 어김없이 드러나
입력 2016-07-12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