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 8회가 끝나자 삼성 팬들이 굳은 표정으로 하나둘씩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삼성 수장 류중일 감독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됐다. 삼성은 6대 10으로 패했다. 그리고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쓴 맛을 봤다. 바로 창단 첫 10위 추락이었다.
삼성에게 꼴찌는 낯설다. 불과 1년 전이던 2015년 7월 11일, 삼성은 47승 33패로 선두였다. 삼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야구 명가’다. 2010년이후 최강으로, 4년 연속 정규리그와 코리안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꼴찌로 급전직하했다.
삼성의 최하위는 8개 구단 체제였던 2007년 5월 5일이후 약 9년 2개월(3354일)만이다. 하지만 당시는 시즌 초반이었고 꼴찌에 머문 기간도 단 하루였다. 정규리그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최하위가 된 건 1982년 팀 창단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최종 순위에서도 삼성은 1996년 8개 구단 중 6위가 가장 낮았다.
왜 이렇게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1차적 원인은 주축선수가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주장 박석민은 NC 다이노스로, 채태인은 시즌 초 넥센 히어로즈로 둥지를 옮겼다. 1선발 릭 밴덴헐크는 일본으로 떠났다.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윤성환과 안지만은 제대로 훈련을 못했고, 마무리 임창용은 방출됐다.
설상가상으로 용병농사도 실패다. 투수 아놀드 레온과 앨런 웹스터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타자 아롬 발디리스는 극심한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뒤 최근에야 복귀했다.
류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 부족과 팀 전력 하락이 예상됐지만, 신인 선수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 잘 나갈 때 승리에만 도취해 훗날을 생각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요즘 그는 “선수가 없다”고 푸념한다. 어쩔 수 없이 출전시키는 김정혁 최재원 김재현 등은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창 우승할 때 선수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구단 게시판에는 류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경질을 촉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모기업이 갑작스럽게 바뀐 것도 성적하락을 부채질했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갔다. 제일기획은 구단 자생력을 강조했다. 이에 삼성은 우선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하는 등 긴축재정으로 팀을 운영했다. 여기에 지난달 제일기획의 해외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지는 등 모기업의 구단 운영 의지마저 의심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이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다행은 부상선수들의 복귀와 외국인 선수 교체다. 투타의 핵 구자욱이 12일부터 출전한다. 또 11일 웹스터를 퇴출하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요한 플란데를 영입했다. 류 감독은 “후반기에는 아픈 선수들이 돌아오면 베스트전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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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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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1 18:56 수정 2016-07-11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