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격에도 더 번지는 美 ‘블랙 라이프’시위

입력 2016-07-11 19:13 수정 2016-07-11 23:40
미국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경찰과 흑인사회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취지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주말 사이 미 전역에서 비슷한 시위가 개최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사태로 수백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AP뉴시스

댈러스 경찰 5명을 저격한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은 사살되기 전 벽에 혈서를 남겼으며 더 큰 공격을 계획했다고 댈러스 경찰은 밝혔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서장은 1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용의자 존슨은 투항을 거부했다. 협상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경찰을 조롱했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폭발물과 잡지에 갈겨쓴 메모를 보면 용의자가 또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서장은 “존슨은 자신이 몇 명을 죽였는지 묻는 등 망상 증세가 뚜렷했다”며 “존슨은 (경찰을) 더 죽이기를 원했으며,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존슨은 경찰의 폭탄로봇에 의해 사망하기 직전 엘 센트로 칼리지 주차장 건물 벽에 자신의 피로 ‘RB’라는 글자를 적었다. 브라운 서장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현재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저격범 살해에 처음으로 폭탄 로봇을 투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데 대해 “존슨은 경찰의 동선을 알고 있었고, 경찰을 저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서 “앞으로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댈러스 경찰관 피습에도 불구하고 흑인 피살 항의시위는 주말 동안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 물리적 충돌을 빚었고 수백명이 체포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화염병과 콘크리트 조각을 경찰에 던지며 극렬한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연막탄을 뿌리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9일 밤과 10일 새벽까지 뉴욕, 시카고, 세인트폴(미네소타), 배턴루지(루이지애나) 등에서 시위 중 최소 198명이 체포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세인트폴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94번 주간 고가도로에서 대치하면서 최소 5명의 경찰관이 시위대가 던진 유리병, 폭죽, 돌 등에 맞아 다쳤다. 배턴루지에서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주도한 디레이 매케손을 포함해 125명이 체포됐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베이교를 가로막아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도 항의시위가 열렸다. 뉴욕과 시카고에서는 각각 20명,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흑인들의 항의시위가 다시 확산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페인 방문일정을 하루 앞당겨 10일 서둘러 귀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댈러스를 방문해 사망자 추도 행사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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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