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78> 남북한과 ‘그냥 코리아’

입력 2016-07-11 18:55
‘클로버필드로 10번지’ 포스터

신예 댄 트라크텐버그 감독의 데뷔작 ‘클로버필드로(路) 10번지(2016)’는 음모론에 젖어 사는 사나이(존 굿맨)가 주인공이다. 그는 외적이나 외계인의 침공을 걱정해 집 아래 지하 깊숙이 대피소를 만들어두고 식품 등 일용품을 잔뜩 쌓아둔다. 어느 날 ‘불청객’ 두 명이 지하 벙커에 들어온다. 남자와 여자다.

남자와 여자의 대화. 남자가 벙커의 주인을 설명한다. “늘 적의 잠재적인 침공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서 적의 예로 드는 게 ‘알카에다’와 ‘러시아’와 ‘남한’이다. 듣던 여자가 지적한다. “남한이 아니고 북한이겠지.” 남자의 대답. “그게 미친 나라(crazy one)야? 그럼 그게 맞겠지.”

실제로 웬만한 외국인은 남한과 북한을 구별 못한다. 북한이 툭하면 핵, 미사일 타령을 하면서 인민은 굶겨 죽이는 미친 나라, 세계 최악의 불량국가라 해도 보통 외국인들에겐 그저 코리아일 뿐이다. ‘노스’인지 ‘사우스’인지는 관심 밖이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코리아’라는 말에 연상되는 게 ‘핵무기’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게 할리우드는 남북한을 구별한다. 소련이 무너진 지금 현실의 위협, 또는 잠재적인 ‘주적’으로서 북한을 강조한다. 반면 한국에는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다. 대표적인 두 예가 ‘백악관 최후의 날(2013, 앙트완 푸쿠아 감독)’과 덩컨 존스가 연출한 SF ‘문(2009)’이다. ‘백악관∼’은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백악관을 기습 점령하자 경호원이 혼자서 대통령을 구해낸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인데 북한을 완전 테러집단으로 묘사했다. 반면 ‘문’에서 한국은 미래 우주산업 강국이다. 그래서 달에 세워진 월면기지 이름은 한글로 ‘사랑’이고 화면 곳곳에는 한글과 태극기가 등장한다.

이처럼 일반인들과 달리 할리우드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차이가 선명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노스, 사우스를 떼어낸 ‘그냥 코리아’가 세계의 영화에 담기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