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자회사로 가상현실(VR)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가 국내 전파 인증을 완료한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초 오큘러스가 자사의 VR 기기인 ‘리프트’의 1차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지 6개월 만이다. PC 기반으로 안정적인 화질을 자랑하는 오큘러스가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 ‘기어VR’ 등 스마트폰 기반 VR 기기가 다수였던 국내 시장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큘러스 VR 유한책임회사(LLC)’는 특정소출력 무선기기 3종의 전파 인증을 완료했다. 가상현실 헤드셋(HM-A)과 사용자의 위치이동을 감지하는 센서(3P-A), 리모컨(RE-A) 등이 포함됐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도 “오큘러스가 정부의 전파 인증을 통과한 게 맞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오큘러스는 호주와 벨기에, 일본 등 20개국을 리프트 1차 출시국으로 선정하며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대해 팔머 러키 오큘러스 CEO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규제(government regulation)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전자파가 나오는 모든 기기는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른 기기 사용에 혼선을 줄 수 있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인증을 통과한 기기는 콘텐츠 심의와 별개로 국내 시장에 정식 판매가 가능하다. 이번 인증으로 오큘러스 리프트의 국내 출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VR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을 거면 오큘러스가 굳이 전파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리프트의 출시가 임박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2012년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VR 기기다.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기기)와 입체 서라운드 스피커, 본체와 움직임 감지 센서, 향후 출시될 터치형 무선 패드로 구성된다. 뛰어난 화질과 높은 해상도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지난 3월 출시 후 게임뿐 아니라 영화나 뮤직비디오 감상, 디자인 작업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오큘러스가 전 세계 VR 기기 시장에서 소니에 이어 점유율 2위(25%)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싼 가격을 내세운 스마트폰 기반 VR이 대세였던 국내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다만 599달러(약 68만원)의 비싼 가격은 리프트의 약점이다. 99달러(약 11만원)인 기어 VR보다 6배가량 높다. 여기에 리프트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 요구되는 PC 사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리프트와 연동되는 PC를 마련하는 데만 100만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싼 가격 탓에 대중화가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이 PC 기반 VR 기기를 검토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상반된 시각도 있다. 지난해 8월 호주 멜버른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VR방인 ‘제로 레이턴시’처럼 비싼 VR 기기를 일정 시간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이 생길 거라는 전망이다. 한 중소 VR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 PC기반 VR 헤드셋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며 “훌륭한 콘텐츠만 뒷받침된다면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한 새로운 방식의 사업 모델이나 여가생활도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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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오큘러스 VR 국내 출시 초읽기
입력 2016-07-12 00:05